한줄 詩

이별 연습 - 박남원

마루안 2018. 3. 18. 08:30

 

 

이별 연습 1 - 박남원

 

 

우리에게 이별이란

어느 날 지상의 모든 새들이 노래를 멈추고

바다가 안 보이는 저녁산 너머로 하루 해가 숨을 거두는 일과

같은 일이겠지만

꿈이 아닌 현실로서

우리의 운명의 길 위에 더 이상

그대와의 동반의 이유가 사라져 버린 것이라면

그 동안 우리의 가슴속에 깃들여 살던 사랑의 새를 날려보내자

헤어지더라도 부디

서로의 그리움은 미련 없이

단지 우리의 뒷길에 흔적으로만 남겨놓고

뒤돌아보지 말고

가시 같은 세월이 그래도 흘러 파도가 모래성을 지워버리듯

서로에게 남은 그리움의 자욱마저 어디론가 데리고 간 먼 훗날

우리들 운명의 기록표에 혹시 먼 발치에서나마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온다 해도

그때에도 서로를 손짓하며 부르지는 말고 가슴 아프게 울지도 말고

힌때 그대는 내 가슴속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었지만

이제는 상처로 남은 사랑의 둥지 아낌 없이 불지르며

부는 바람을 가로질러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나쳐 가던 길을 가야만 한다.

 

 

*시집. 사랑의 강, 살림터

 

 

 

 

 

 

이별 연습 2 - 박남원

-길

 

 

잊어야 할 것이라면

더러는 지평선이 되어

인생에 한 번쯤 있어도 좋을

곱게 물들일 상처이자

다짐하던 날

 

내 육신의 그림자 옆으로

먼 데 있던 바람이

찾아와 함께 울어주었다

 

산다는 것은 어차피

짐승들의 소리에 가슴을 내맡긴 채

외롭게 들길을 걷는다는 것

상처 아닌 그 무엇으로

나는 내 진실 아닌 것들을 다스릴 수 있고

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내가 되어 걸을 수 있으랴

 

아무도 인기척 하나 드러내지 않고

저마다 길이 있어

더욱 외로운 세상은

오늘 같은 날 더욱 가깝게 다가오지만

그러나 목숨으로 살아내기 위해

차라리 더 많은 쓰러짐은 있어야 하고

쓰러질 때마다 재빨리 일어서는

파도가 되자

 

어둠이 나를 아주 잠들게 하기 전에

서둘러 가야 할 길은

아득하지만

잊을 수 없을지라도 잊을 수가 있다면

별들은 그러나 밤하늘에 빛나고

이 길도 아주 외롭지만은 않은

평화의 길이 되어 걸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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