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속으로 추락하다 - 홍성식 일없이 서둘러지는 발걸음 아래 아름다웠던 전설은 파지처럼 밟히고 사람들 휑한 가슴마다 쓸쓸한 썰물 눈이 부신 한낮의 아스팔트 위 꽃잎들 비명으로 흩어진다 겸허함을 거세당한 상승의 욕망 한 번 올라간 건물은 다시 고개 숙일 줄 모른다 층층이 블라인드 쳐진 그곳에선 우리와 등돌린 비밀스런 거래가 밤낮 없이 행해지고 먼지바람의 철거민촌 아이들은 더 이상 꽃잎의 은유가 아니다 꽃의 시대가 목말랐던 그들 맨발로 겨울산을 헤매 다녀도 무더기로 피어있을 진홍빛 희망을 잃지 않은 가슴은 눈보라 채찍 앞에서 꺾인 무릎 다시 세웠다 이제는 떠도는 이야기로만 남았지만 올해도 그 산에선 사람보다 필경 꽃이 먼저 올 것이다 이제 봄이면 도로마다, 광장마다 꽃잎들 함성으로 난분분(亂粉粉)할 텐데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