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남자 - 박수서
꽃, 남자 - 박수서 다행히 해는 무사하다 철지난 사내와 죽다 살아난 알뿌리식물이 투정처럼 서로의 황갈색 털을 비벼대며 함께 산다 무엇도 변하지 않는다 누구도 먼저 떠나지 않는다 세상은 폐역으로 우리를 지나간다 창문 밖 해가 목례하여, 꽃이 숨는다 사내가 꽃 끝에 빗살수염벌레처럼 들러붙는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크득 크득 사진기 플래시를 빵하고 터치니, 팝콘처럼 흰 울음꽃이 방안을 울렁거린다 더는 사내를 꽃 곁에서 목매달게 할 일이 아니다 더는 꽃을 사내 곁에서 놀아나게 할 일이 아니다 *시집,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북인 꽃배 - 박수서 마지막 여자처럼 사랑보다 더 헤프게 정주고 온 핏줄이 신경쇠약에 걸리고 나머지 열꽃도 우두둑 떨어지고 그 여자 물살에 떠내려가고 정말 아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