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후조(候鳥) - 서상만

마루안 2018. 6. 19. 21:16



후조(候鳥) - 서상만



철마다 날아오는 너의 고독을
나는 모른다
먼 길을 찾아와 어느 곳에 머무는지
울면서 왔다가 울면서 가는 줄도


내가 죽으면 하늘에 묻히고
네가 죽으면 땅에 묻힐 것을


우리들 울음이 주문(呪文)으로 들리는
하늘이불 밑에서


다들, 제 그림자가 무거워 숨죽인
진눈깨비 삶을
우리는 닮았다



*시집, 백동나비, 서정시학








흑화(黑花) - 서상만



우르르
탈 만한 나이만 탄다
나도 그 속에 낀다


다들 한번씩
옆 사람을 살핀다
누구 얼굴에
흑화가 더 많이 피었는지,


길이 바빠도 아무나 탈 수 없는 엘리베이터
억새꽃과 흑화만 오르락내리락





# 이 시를 읽으면서 두 시의 제목 뜻을 곰곰 생각했다. 잘 안 쓰지 않는 단어지만 한자의 뜻을 알고 나니 나름 잘 붙인 제목이지 싶다. 候鳥는 철 따라 자기 환경에 맞는 곳으로 살 곳을 옮기며 살아가는 새를 일컫는 말이다. 흑화는 아마도 저승꽃이라 부르는 검버섯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버섯을 흑화, 이렇게 부르니 다른 느낌이 난다. 노년의 삶을 시리게 잘 표현한 좋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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