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 박석준
나무와 두 아이, 두 사람과 나 - 박석준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몇 년 동안이나 걷던 그 길을 돌아다보았다, 이사하는 날에. 내가 걷던 그 길에는 은행, 은행나무들이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밤 내가 독백을 털며 스치던 말하지 않는 나무였다. 3년 전이나 되었을까. 그 길을 따라 고등학교 하나가 집으로 찾아왔다. 그 애는 혼자서도 잘 놀다가 밤이 깊었다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출근을 했다. 체 게바라, 기형도, 김광석의 이야기와 내가 갖고 있는 물건을 다 좋아하다가 어느 날부턴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와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게바라 라이터, 입 속의 검은 잎, 사랑했지만...., 사랑했던가. 그러다가 그 애는 이삼 년 사이에 청년이 되었다. 길을 찾던 그 청년, 비를 맞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