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바람 - 한명희 잎에 가려 꽃 같지도 않게 피어 있던 감꽃 내린 비에 떨어져 떠날 것은 떠나고 남을 것만 남았다 처마 끝에 달린 달과 어둔 밤을 함께한 별들도 떠날 것은 떠나고 남을 것만 남아서 현충일도 지난 새벽까지 남아서 이렇게 반짝이고 있듯이 별을 닮은 감꽃도 견뎌서 살아남은 힘으로 이 해가 가기 전에 저만의 별을 키워 달콤하고 투명하게 모나지 않게 단단하게 세상에 내놓을 것이니 내가 너를 너라고 부를 수 없는 곳에서 인파에 가려 채 피다 말다 시든 나는 어느 별을 보고 어떤 감꽃에 매달려 천둥 치는 비바람과 서슬 푸른 밤을 새야 땡감 같은 자식들 단단하되 떫지 않은 단감 되어 울 밖에 내놓을 수 있을까 밤비 물러가듯 떠날 때 떠나서 맑고 투명하게 잊을 때 잊혀서 저 별들처럼 하늘에서 빛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