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북쪽 - 김용태
싸리꽃 피었다, 졌다
봄이 갔다는 거다, 불쑥
다녀간 것이
계절만은 아니어서
그 아래
한 마리 나비,
환한 주검 펼쳐져
검은 상복 갖춰 입은
개미 행렬에
장엄히 실려 가고 있다
한철도 못 되는 생이지만
죽음이라 하면
저쯤은 되어야지,
혈육도 아닌 것을
쪼그리고 앉아
내 생의 북쪽을 가만히
들여다본
그런 날이 있었다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주검을 들추다가 - 김용태
채 육탈(肉脫) 되지 않은 주검 들추자
보기 흉한 것들 밥알처럼 매달려
어둠속에서 곡진한 조문, 바라보는 가슴 아리다
슬픔도 넘치면 때로는 소리를 잃는 것인지
곡(哭) 없이 마른 울음 삼키는 저들과, 죽어 허망한 것은
살아 무슨 인연이었길래
마지막 육즙(肉汁)마저 알뜰히 젖을 물리고
종래 터럭 하나 남기지 않을
투명한 육탈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말없는 것들의 소신공양
어떠한 새 생명의 부활이
이보다 더 거룩할 수 있을까
이제,
자음 하나로 울음 우는 삭풍의 언 땅 위에서
나는 언제 쯤
욕된 육신 허물어 꽃에 주며 더러는 바람에 주어
저 아득한 봄을 부를 것인가
봄을 부를 것인가.
# 김용태 시인 충남 공주 출생으로 2016년 <문학사랑> 신인작품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대전 문인협회 회원, 2021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가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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