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고향 - 김상백

마루안 2019. 9. 23. 19:51



고향 - 김상백



나는 고향이 없다 라고 말할 뻔했다
한가위 텅 빈 서울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걸핏하면 이 도시 떠나야겠다고
혼잣말 할 때마다


조용한 산사라면 누군들 못 닦겠어
여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진짜 평상심이지,
맞받아치는 소리


가끔은 고향이 어디냐고 스스로 묻는데
나는 고향이 없다고 말할 뻔했다


출애굽하는 모세처럼 보따리
바리바리 싣고서 이 도시를 떠나가지만


푸른 비 내리는 바닷가에서
우산 없이 비를 맞는 빨간 등대와
끝없이 달려가고픈 방파제는 없지만


비오는 날 포개진 입술처럼 창문 활짝 열면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아스팔트 바다에는
쏴아아- 쏴아아- 파도가 친다


보도블럭 틈으로 강아지풀 꼬리 치며
맨홀 뚜껑 닫혀 있는 추억 있다고
빗물 고인 웅덩이 맨발로 찰방거리는데


낙하하는 비 물의 풀꽃 밟고서
까르르 웃어대는 시골스런 아이들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시집, 한 줄로 된 깨달음, 운주사








벗과 꽃 - 김상백



벚꽃 필 때 만난 사람
벚꽃 질 때 헤어지네


무심한 사람아
그 마음 담았으니


피고 지는 이별을
꽃은 아주 잊었노라






# 김상백 시인, 1961년 서울 출생으로 중앙대를 졸업했다. 대학 1학년 때 경북 풍기에 있는 성혈사의 봉철 스님과 인연을 맺고 시창(是窓)이라는 불명을 받았다. 2011년 스님이 입적하실 때까지 가르침을 받았다. 2014년 계간 <문예바다>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은 책은 여러 권이나 시집으로는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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