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 - 성윤석
다 들을 필요 없다
다 듣지도 않는다
전반부
몇 페이지만 읽어도 몇 장면만
봐도 나머지는 짐작이 간다
이런 인류가 없었다
나머지 노래와 극 내용은
여러 버전으로 완성할 수 있다
다 듣고 바로 내뱉는 그와 다 듣지 않고
알아버린 그가 밖에 서 있다
우리는 외롭니?라고 묻지 않고
춥니?라고 묻는다
우리 위에서 가장 높이 떠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한다
다 보지는 말라고 다 듣지는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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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들의 파란은
만장의 길이 된다
*시집, 2170년 12월 23일, 문학과지성
이후의 극장 - 성윤석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혼자 살았다
따라갈 수 없는 날이 많았다
자기가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두려워하며 살았지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매번 오늘이 그런 날
속에서만 밀고 털고 가야 할 것이 있다
가령 이런 물음?
나는 당신에게 늘 별 만 개는 주었는데
어쩌자고 당신은
내게 별 세 개 혹은 네 개만 주시는지
그리고 네 개 반은 또 무엇인지
# 성윤석 시인은 1966년 경남 창녕 출생으로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공중 묘지>, <멍게>, <밤의 화학식>, <2017년 12월 23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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