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묘지 - 류정환
단풍 묘지 - 류정환 불치병처럼 가을은 속절없이 깊어져서 되돌리긴 틀렸다고,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어뜨렸을 때, 그곳에 한 무리 낙엽들이 모여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단풍 정류장, 흔들리며 한 생애를 견딘 얼굴들은 피를 나눈 형제같이 붉은 빛이었다. 바람이 끄는 마차가 도착하자 몇몇 낙엽들이 마차를 타고 떠났다. 차례를 다투거나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지만 아무도 말이 없었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는 듯, 먼저 갈 테니 나중 오라거나 곧 뒤따라 갈 테니 어서 가라거나 하는 말들은 오가는 눈짓에 이미 담겨 있었다. 구름 속으로 마차는 사라지고 시나브로 붉게 물드는 하늘가, 볕이 잘 드는 언덕에 다사로운 마을이 있어 무덤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체온을 나누는지 미처 나누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