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3890

환장할 단풍이여 - 김남권

환장할 단풍이여 - 김남권 여름 내내 땅의 수액을 빨아들여 속속들이 푸르러졌다 실핏줄 하나 세포 하나까지 지울 수 없는 연민으로 채우고 시리도록 푸른 물결을 무르팍 위로 팽개쳐 놓았다 절대로 물들지 않을 것 같은 나무에 시월이 오고 온몸에 36.5도의 화상을 입은 이파리들이 붉은 피를 뚝뚝 흘리고 있다 바람난 남자의 그것인가 염병할 산자락만 보면 그냥 엎어지는 자존심, 살과 살이 불붙을 때를 기억하는 전두엽 속에서 피보다 진한 그리움 꺼내어 결국 난 환장하고 말 것이다 *시집, 빨간 우체통이 너인 까닭은, 오감도 가을 아침에 - 김남권 가을 닮은 너를 사랑한다 강물 속에 드리워진 하늘이, 물살을 간질이는 눈웃음으로 송사리 떼의 재잘거리는 미소를 볼 수 있는 아침 밤새 쉬지 않고 달려온 별빛의 청청한 바람..

한줄 詩 2019.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