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한 끼 - 이서화 봉분 가득한 씀바귀 줄기에서 낯익은 머리카락 냄새가 난다고 바람이 쓴맛을 키우며 아는 체를 한다 맨 마지막에 챙겨 간 늦가을의 기억 잊지 않으려 엄마는 해마다 씀바귀 김치를 마련한다 이파리마다 꽃 진 자리마다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듯 뽀얀 젖줄을 쟁여두었다 봄바람을 보태 손으로 뽑으면 쉽게 뽑히는 엄마 잔소리 같은 씀바귀 몇몇이 둘러앉아 금방 버무린 씀바귀 김치를 먹는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쓴맛에 목이 메면서도 몸에 좋다고 말대답하듯 설탕을 뿌리고 식초를 붓는다 참, 맛있다 참, 맛있다 말은 엄마에게서 처음 들었을 것이다 잘 삭은 울음은 형체가 없다 나름 세상의 쓴맛 단맛 다 보았다 생각했는데 왜 엄마라는 말은 눈으로 간을 보는 것인지 왜 짭짤한 눈물 맛을 입안 가득 맛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