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백나무 그 별 - 정병근 비 온 다음 날 측백나무 갈피에 한 무더기 별이 내려앉았다 삼천대천을 날아 겨우 불행의 연대에 도착한 것들 여기는 기억의 피가 도는 땅 이별의 체온이 상속되는 곳 쉽게 입이 삐뚤어지고 뼈가 뒤틀리는 건 허기를 후비는 바람 때문 눈은 한쪽으로만 기울지 생각하지 마라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면 굽은 다리와 꼬부라진 등으로 측백측백측백을 하늘의 별만큼 외어야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측백나무 어린 머릿내가 코를 찌른다 울타리 밑에 분분한 덩굴장미 꽃잎 꽃이 피고 지는 별에 살았다고 구전하리라 물의 비가 내리는 지붕 밑에서 밥이라는 밥을 먹었다고 들려주겠다 일생이 온통 너였던 측백나무 그 별 *시집, 눈과 도끼, 천년의시작 향하여 - 정병근 내 몸과 말이 어디론가 향하는 것은 그곳에 네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