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허형만 거을을 볼 때마다 늙은 낯선 사람 하나 만난다. 한 생의 자드락길이 이마에 고여 있고 얇아진 혀를 두려워하는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낯선 늙은이 하나 나와는 다른 듯 다르지 않아 보이는 사람을 거울 속에서 만난다. *시집/ 바람칼/ 현대시학사 흐리다 - 허형만 눈이 흐리다. 눈이 흐리니 하늘도 흐리다. 너무 맑은 것만 골라보고 살아온 죄, 참으로 미안하다. 흐린 것도 맑은 것인 양 그리 살아온 죄, 참으로 부끄럽다. 눈이 흐리다. 눈이 흐리니 마음도 침침하다. 이제 흐린 것도 흐린 것대로 침침한 것은 침침한대로 잔말 없이 고개 숙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사는 날까지 죽어 살기로 하는 것이다. # 허형만 시인은 1945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