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동백꽃 - 이명우 액자에서 아버지의 헛기침소리가 들린다 헛기침에서 피가 나오고 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날부터 액자가 뒤틀어져 있다 중심을 잃어버린 배처럼 한쪽으로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하수도에서 강으로 바다로 흘러 텅 비어 갔다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던 아버지는 벽에다가 동백꽃 같은 점을 다닥다닥 찍어놓다가 어느 날 쿠웅 액자 속으로 들어갔다 틀어졌던 입이 무섭게 퍼지고 있다 정지되어 있던 아버지의 입술이 떨린다 액자를 뚫고 동백꽃이 활짝 피어 있다 *시집, 달동네 아코디언, 애지 입술 - 이명우 꽃밭에서 날아가던 나비가 발등에 걸리는 늦은 오후 날개의 파문이 꽃잎에 어지럽게 내려앉는다 몽우리를 벗는 소리만 여리게 들리다가 잠긴다 갓 태어난 순간이었다가 가늘게 떨리는 가파른 웃음이었다가 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