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낙동강 성형일지 - 김요아킴

마루안 2020. 5. 22. 21:27

 

 

낙동강 성형일지 - 김요아킴

-금곡동 아파트

 

 

시술은 계속되었다

 

미끈한 종아리와 일자로 뻗은 각선미를 위해

포크레인 굉음과 함께

덤프트럭들이 진을 쳤다

 

매일 아파트 베란다로 보여지는 메스질은

갈수록 날카로웠다

 

옆구리로 밀린 곡선의 살들이

선을 잰 듯 잘려나가고

반듯한 이목구비를 위해 더욱더

뼈를 파내었다

 

환자의 부작용에 대한 사전공지는 없었다

 

아름다움에 도취된 기세는

수없는 광고와 자본으로 덧칠을 하며

본래의 유전자를 망각해갔다

 

중독은 스스로 이겨내지 못할 한계치에서

몸살을 앓았고, 곪아갔다

 

물음표들이 부표처럼 떠다녔다

 

*시집/ 공중부양사/ 애지

 

 

 

 

 

 

공중부양사 - 김요아킴

-금곡동 아파트

 

 

토요일, 제법 푹신한 침대는

지난 주 노동의 보상으로

 

달콤하다 못해 살짝 볼륨을 높인

브라운관의 환청 속으로

 

무언가 검은 물체가

아파트 베란다의 창문으로

 

한 가정의 웃음이 모두 추락한

아침햇살에 찡그린 망막으로

 

바람에 실려 흔들리는 생의 밧줄

절대 끊겨서는 안 될 마음으로

 

소스라치듯, 자는 아이들을 챙겨보며

공중에서 부양하는 그 몸짓으로

 

오늘 하루를 기어이 살아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