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64

집 이야기 - 박제범

서울에서 신문사 편집기자로 일하는 은서와 가족에게 마음을 닫은 아버지 이야기다. 살고 있는 원룸 계약 만기가 다가오자 은서는 점심 시간마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다닌다. 이것이 맘에 들면 저것이 걸리고 번번히 맘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한다. 수십 군데 함께 다니다 중개사 아저씨도 포기한다. 살 집을 찾지 못하고 계약이 끝난 은서는 새집을 구할 동안 잠시 머물 요량으로 고향인 인천 집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아버지가 이혼 후 혼자 남아 24시 열쇠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다. 현관문, 방문, 창고, 금고 등 세상의 별의 별 잠긴 문을 다 열 수 있지만 가족의 마음 만은 열지 못한 아버지였다. 외고집 때문에 아내도, 딸들도 모두 떠났고 아버지는 아파트 하나 사지 못한 채 가족과의 추억이 서린 낡은 집에서 쓸쓸히 살..

세줄 映 2020.01.06

미안해요, 리키 - 켄 로치

평생 오만가지 일을 해온 육체 노동자가 있다. 배관공, 벽돌공, 시신씻기 등 영화는 그가 거친 직업을 열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한 면접장에서다. 이제 그도 일용직을 마감하고 안정된 직업을 가져 돈을 버는 것이다. 이 사람이 바로 영화 제목에도 나오는 리키다. 그는 택배노동자로 일을 시작한다. 택배 트럭은 아내의 중고차를 팔아 보증금을 내고 할부로 산다. 몇 시간을 일하던 할당된 택배 배달로 수수료를 챙기고 일을 못할 경우 대체 노동자를 비싸게 구해야 한다. 한국의 택배 기사처럼 영국도 회사에 고용된 자영업자다. 아내는 요양보호사로 일한다. 그녀 또한 멀든 가깝든 돌 본 사람 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 그래서 부부는 하루 열 시간 넘게 일할 때가 태반이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에 지쳐 골..

세줄 映 2019.12.29

나를 찾아줘 - 김승우

영화 완성도와는 별개로 내용 때문에 다루고 싶었다. 가능한 열 편 보면 한 편 정도는 후기를 올리려고 하는데 늘 비껴간다. 잃어 버린 아이를 찾는 부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역량이 따라가지 못했다. 거기다 톱스타 이영애가 오랜 만에 출연한 작품이다. 이영애의 미친 듯한 혼신의 연기 또한 감독의 역량 때문에 빛이 바랬다. 영화는 감독의 능력에 따라 완성도가 좌우 되고 잘 되면 배우 탓이요 안 되면 감독 탓이다.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 김승우가 아닌 김승우 감독이다. 알려지지 않은 신인 감독이다. 영화는 보는 내내 열불이 나게 만든다. 6년 전 잃어 버린 아들을 찾기 위해 부부는 전국 곳곳에 전단지를 뿌리며 백방으로 노력한다. 아들이 살아 있다면 열세 살이 되었..

세줄 映 2019.12.19

82년생 김지영 - 김도영

영화 보는 내내 공감이 새록새록 솟는다. 눈물, 콧물, 울분, 그리고 내 어릴 적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 나는 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막내인 내 생일과 당신 제삿날이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일찍 세상을 떠난 탓에 사진 보고 저 사람이 내 아버지였나보다 한다. 어머니는 다섯 자식을 홀로 키웠다. 실제는 일곱을 낳았단다. 하나는 돌 무렵 잃었고 하나는 일곱 살 무렵에 잃었다고 했다. 어머니는 죽었다는 말 대신 날렸다고 말했다. 찢어지게 가난했기에 어머니는 내 허리를 묶어 강아지처럼 문고리에 묶어 놓고 일을 나가야 했다. 누나 말에 의하면 학교에서 돌아오면 울다 지쳐 마루에서 자고 있는 내 얼굴에는 까만 파리떼가 잔뜩 붙어 있었다고 한다. 파리가 내 코와 입술에서 앉아 있기만 했을까. 나는 파리 알을 비타민..

세줄 映 2019.12.11

트랙스 - 존 커란

호주의 여성 탐험가, 로빈 데이비슨이 호주 대륙을 동서로 횡단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오직 걷기, 광활한 사막에는 낙타 4마리와 개 한 마리 뿐, 일행이나 이동 수단의 도움 없이 혼자 걸었다. 이 여자는 손톱에 매니큐어 바른 예쁜 손으로 남자의 넥타이를 골라주는 대신 왜 이런 고행을 시작한 것일까. 그래, 인생을 규정하려 하지 말고 설명하라고 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인생을 사는 자기 만의 방식이 있다. 영화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처럼 한 여자의 여정을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일정이 밋믹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낙타를 얻기 위해 농장에서 몇 달을 일했으나 낙타는커녕 임금도 못 받고 쫓겨난다. 호주라..

세줄 映 2019.12.11

나의 작은 시인에게 - 사라 콜란겔로

예술을 사랑하고 시를 쓰고 싶은 리사는 중년 여성이다. 직업은 유치원 선생이다.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과는 달리 엄마에게 늘 반항하는 자녀들과 자주 티격태격한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하고 책은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아이들은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스마트폰만 쳐다 보고 있다. 정성껏 마련한 음식도 남편과 둘만 식탁에 앉아 먹고 아이들은 따로 피자를 시켜 정원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면서 먹는다. 공부는 뒷전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밖을 싸돌아 다닌다. 리사는 자식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메말라 가는 세상이 걱정이다. 일찍부터 문학 지망생이었고 지금도 평생교육반에서 시 강의를 듣는다. 자신이 재능 없음을 알지만 그녀는 예술지상주의자다. 어느 날 돌보는 유치원생 아이가 시를 중얼거린다. 너..

세줄 映 2019.06.12

그린북 - 피터 패럴리

영화 은 예술성이 뛰어난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와 힘 세고 무식한 백인 운전사가 함께 한 8주 간의 여행 이야기다. 1962년 피아니스트 는 미국 남부로 연주 여행을 떠나기 위해 운전사를 구한다. 라는 나이트클럽 경비원 출신의 백인 운전사다. 미국 남부는 유독 흑인 차별이 심한 지역이라 흑인이 들어갈 수 없는 식당도 많고 심지어 화장실 사용까지 구별이 되었다. 이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를 초청한 사람들이 상류층 백인 지식인이지만 연주장 밖의 차별은 어쩔 수 없다. 영화 제목이 그린 북인 이유는 연주 여행 동안 도움이 되는 흑인 여행가를 위한 안내서가 그린 북이기 때문이다. 남부 지역에서 흑인이 묵을 수 있는 숙소, 식당, 주유소 등을 소개하는 그린 북은 유용하면서도 흑인을 차별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실제 그..

세줄 映 2019.05.30

아틱 - 조 페나

경비행기 사고로 북극에 조난을 당한 한 남자가 있다.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설명하진 않지만 어쨌든 유일한 생존자 오버가드(매즈 미켈슨)는 눈보라 치는 극한 상황에서 얼음을 깨서 잡은 물고기를 먹으며 매일 조난 신호를 보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구조를 하러 온 헬기가 몰아치는 눈보라에 추락을 한다. 헬기 조종사는 죽고 조수 하나가 의식을 잃었다. 힘들게 구조를 했지만 복부에 부상을 입은 이 여성 조수는 오버가드가 보살펴야 한다. 혼자 살아남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혹 하나를 붙인 남자는 언제 올지 모르는 구조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썰매를 만들어 여자를 싣고 눈보라 속을 헤쳐가는 남자의 사투가 눈물겹다. 혹한의 날씨, 배고픔, 북극곰의 공격, 그리고 의식 없는 여자까지 과연 남자는 살아 남을 것인가. ..

세줄 映 2019.04.22

더 와이프 - 비욘 룬게

세계적인 작가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아내와 함께 기뻐한다. 시상식 참가를 위해 스웨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부부에게 다가오는 전기 작가가 있다. 조셉은 자신의 전기를 쓰고 싶다는 요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작가 지망생 아들은 늘 아버지의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조셉은 아들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기 작가는 아내에게 접근해 남편을 위해 그냥 내조만 했냐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한다. 그녀는 한때 촉망 받는 소설가였다. 조셉이 젋은 교수 시절 조안은 그 밑에서 공부를 한 학생이었다. 작가의 꿈에 부푼 조안은 여성은 재능이 있어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주변의 충고에 절망한다. 작가라면 글을 써야 하지만 작가라면 글이 읽혀야 한다는 충고에 아무도..

세줄 映 2019.03.17

컴, 투게더 - 신동일

잔잔하면서 울림이 큰 영화다. 제목이 좀 아쉽지만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작품이다. 영화가 감동적이면 감독이 궁금해진다. , , 등을 연출한 감독이다. 신동일이라는 이름은 각인되지 않았으나 영화는 모두 인상적이다. 나와 코드가 맞는 감독이라고 할까. 18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남편 범구(임형국), 매일 생존경쟁을 벌이며 불법영업도 마다하지 않는 카드회사 영업직원인 아내 미영(이혜은), 재수생인 딸 한나(채빈)는 대학입시 추가 합격을 기다리고 있다. 실업자가 된 범구는 자존심 때문에 바깥 출입도 하지 않다가 윗층 남자가 실업자임을 알고는 동병상련의 위로를 받는다. 미영은 카드 실적으로 경쟁 직원과 갈등을 벌이고 불법 영업이 탄로나서 영업소장에게 경고를 받는다. 딸 한나는 압박감 때문에 합격했다는 ..

세줄 映 2018.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