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64

낙엽귀근 - 장양

이 영화는 두 번을 봤다. 시간 없는 내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일이 웬만해선 드물다. 볼수록 중국의 현대민속을 보는 것 같아 몰입감이 생긴다.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리얼리즘 영화다. 많은 영화를 보기보다 좋은 영화 제대로 보기라고 해야겠다. 예전에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글에서 읽었다. 독재시절 최선생을 잡아다 족치기를 왜 아름다운 금수강산 찍지 않고 지하도 노숙자 같은 밑바닥 계층을 찍어 나라 망신을 시키냐고 했단다. 오직 좋은 것만 보여줘야 한다는 독재자들의 컴플렉스다. 이 영화가 그렇다. 중국의 감추고 싶은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급성장으로 인한 온갖 사회문제가 있다. 빈부격차, 부정부패, 노동착취, 매혈, 위조지폐까지 중국의 온갖 사회악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난..

세줄 映 2014.03.07

아무르 - 미카엘 하네케

60년을 해로한 80대 부부의 조용한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다리가 불편한 남편의 수발을 들며 함께 늙어가던 아내가 갑자기 치매 증상을 보인다. 남편의 지극한 정성에도 점점 아내는 기억을 잃어가고 아내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다면서 죽기를 원한다. 남편은 죽여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거부한다. 남편을 설득하기 위해 아내는 식음을 전폐한다. 내가 완전히 기억을 놓기 전에 제발 나를 보내 줘요. 당신을 보내고 나 혼자는 살 수가 없어,,,, 아내의 부탁을 거절하던 남편은 결국 아내의 끈질긴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침대에 누운 아내 얼굴에 큰 베개를 올리고 힘껏 누른다. 그토록 죽기를 원했던 아내의 목숨은 무척 질기다. 조용해진 아내 옆에서 남편은 기진맥진이다. 죽기도 힘들고 죽이기도 힘들다. ..

세줄 映 2013.09.12

댄스 타운 - 전규환

전규환 감독의 댄스 타운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다. 개봉 순서는 애니멀 타운, 모짜르트 타운, 댄스 타운이다. 탈북자로 남한에 정착해 미처 탈북하지 못한 남편을 기다리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라미란의 연기도 대단하다. 배우란 자고로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전규환 감독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거니와 영화는 곳곳에 밑바닥 사람들의 스산한 풍경이 스며있다. 중풍으로 누운 할머니, 걷지 못하는 장애인, 낙태로 고민하는 여고생, 그런 여고생을 키우는 싱글맘, 단순 노무에 시달리는 저임금 육체노동자들, 이 영화의 여주인과 같은 탈북자들, 공무원이라는 안일한 울타리에 갇혀 사는 말단 경찰 공무원,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은 셋집 구하기도 힘들다. 거기에 탈북한 리정림(라미란)의 고단한 남한 생활이 시작된다. 물론 ..

세줄 映 2013.08.17

불륜의 시대 - 전규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무게는 아직 보지 못했으니 지금까지 그의 영화는 네 편을 본 셈이다. 무게는 심의통과를 아직 하지 못해 개봉을 못하고 있단다. 이 영화 불륜의 시대도 심의가 반려되면서 몇 군데 수정을 하고 남성 성기를 모자이크 처리하면서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영화는 언제까지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개봉을 해야만 할 것인가. 이 영화는 결혼 10년차인 어느 중년 부부의 건조한 일상에서 서로 바람을 피우는 과정과 끔찍한 결말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견 출판사를 운영하는 남편은 한 여류작가와 불륜관계다. 남자는 아무 죄책감 없이 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집으로 간다.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아내는 모른 채 하는데 아내 또한 어느 날 이태원에서 한 외국인 남자와 ..

세줄 映 201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