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64

양치기들 - 김진황

간만에 잘 만든 좋은 영화 한 편을 봤다. 2015년에 제작 되었고 이미 부산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당연 이런 독립영화는 개봉해도 소리 없이 간판이 내려지기 십상인데 놓치면 후회할 영화 중 하나다. 연극배우로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작품에 임하던 완주(박정환)는 빽 있는 배우에게 배역을 맡기자 극단 대표와 다툰 후 무대를 떠난다. 친구가 운영하는 흥신소에서 역할 대행을 하며 생업을 꾸려가는데 어머니의 수술비가 필요하다. 행복은 띄엄띄엄 오지만 불행은 한꺼번에 닥치는 법이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보지만 모두 외면한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살인사건 목격자로 나서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한다. 목돈이 생겨 무사히 위기는 ..

세줄 映 2018.09.10

박화영 - 이환

너무 강렬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영화 제목이기도 한 박화영 역을 맡은 배우 김가희의 연기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요 근래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준 영화가 있을까 싶다. 연출을 한 이환 감독의 이력이 궁금했다. 알고 보니 영화 똥파리에서 양익준을 잔인하게 죽이는 김꽃비의 남동생 역으로 나왔다. 반항기 가득한 얼굴로 누나 역의 김꽃비에게 지독한 욕을 퍼붓던 소년이었다. 영화 박화영에도 거의 모든 출연자가 일상적으로 욕설을 입에 달고 산다. 박화영은 고등학생이다. 그의 집은 가출 불량 청소년들의 아지트다. 흡연과 음주와 때론 섹스까지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어다까지 불량할 수 있는지 내기 하느 것 같다. 화영은 학교 담임이나 경찰 등 어른들 한테는 망나니, 동료 여학생 ..

세줄 映 2018.08.07

식구 - 임영훈

영화 식구는 잔잔하면서 묵직한 주제를 가진 영화다. 장애인 부부인 아빠 순식(신정근)과 엄마 애심(장소연)은 예쁜 딸 순영(고나희)이 자라는 모습에 행복함을 느낀다. 매일 아침 딸이 유치원 버스에 타는 것을 보고 공장으로 출근한다. 장애인에게 일이라고 해야 단순한 작업이지만 공장에서 간식으로 나오는 빵을 먹지 않고 퇴근 후에 딸에게 먹인다. 어느 날 막 교도소에서 출소해 갈 데가 없는 재구(윤박)가 집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지적 장애인 순식 부부는 갑자기 들어와 동생 행세를 하는 재구에게 거부하지도 못하고 고분고분 따른다. 순식 부부가 지적 장애인임을 안 재구는 이 가족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눌러 앉게 된다. 재구의 혹심은 점점 딸 순영에게 향하게 되고 이를 눈치 챈 순식 부부는 거부감을 나타낸다. 급..

세줄 映 2018.07.25

아일라 - 잔 울카이

전쟁 고아 이야기다. 한국 전쟁이 터지자 터키는 한국 파병을 결정한다. 사랑하는 애인을 남기고 한국에 온 파병 군인 슐레이만은 어느 날 시체 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5살 가량의 소녀를 발견한다. 극적으로 살아 남은 소녀에게 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부대에서 보살핀다. 아일라는 슐레이만을 아빠로 여기며 생활한다. 파병 기간이 끝나 터키로 복귀 명령을 받은 슐레이만은 아일라와 헤어지기 싫어 근무 기간을 연장했지만 헤어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트렁크에 넣어 몰래 데려가려던 계획도 발각이 되면서 수포로 돌아가고 아알라와 눈물의 이별을 한다. 꼭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나중 아일라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고아원의 기록 부족으로 실패를 한다. 아일라는 슐레이만이 지어준 터키 이름이었지 한국 이름이 ..

세줄 映 2018.07.04

영혼의 순례길 - 장양

장양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중국이 인구 대국답게 좋은 영화 감독이 많이 나온다. 장양 감독도 외골수 영화 감독 중의 하나다. 이 사람 영화가 상업성이 거의 없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장양 감독을 처음 안 것은 영화 을 보고서다. 낙엽귀근을 보고 이 감독에게 홀딱 반했다. 이후 데뷰작인 를 어렵게 보고서 진정한 영화 감독이라고 인증을 했다. 돈 안 되는 이런 영화를 찍으면서도 작업을 꾸준하게 한다. 내가 본 그의 영화는 이번 까지 세 편에 불과하다. 천상 이 사람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서나 만날 수밖에 없다. 설사 극장에서 개봉을 하더라도 잠깐만 한눈을 팔면 후딱 지나가기에 만나기 힘든 영화다. 이 영화도 열심히 영화계 소식을 접했기에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장양 감독은 티벳에 관심이 많다. 소외된..

세줄 映 2018.07.02

환절기 - 이동은

미경(배종옥)의 아들 수현(지윤호)이 제대 기념으로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친구는 멀쩡한데 아들만 식물인간이 되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한 사람이라도 다치지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 자식이 누워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아들이 성수소자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니까 살아 남은 친구와 연인 관계였던 것이다. 대체 이 일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망연자실 멍하게 앉아 있다. 남편은 사업한다고 오랜 기간 베트남에 가 있다. 그래서 아들 하나 보고 살았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 친구 용준(이원근)을 집에 데려왔다. 아들의 친구는 남편과 떨어져 사는 집안의 썰렁함을 덜어 주었다. 미경도 용준을 아들처럼 밥도 차려 주고 속옷도 사 주는 등 살갑게 대한다. 너무..

세줄 映 2018.05.08

나의 아들, 나의 어머니 - 안재민

참으로 귀한 다큐 영화다. 장편 영화로는 다소 짧은 70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잠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할 만큼 몰입도가 높다. 늙은 아들과 더 늙은 엄마의 이야기다. 칠순 아들이 구순 넘은 엄마를 봉양하는 이야기다. 어머니 권기선 여사는 열여덟 살에 종가댁 며느리로 들어와 평생 안동의 고택을 지켰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아들 하나를 길렀다. 그 아들이 예안이씨 종손 이준교 선생이다. 서울에 살던 아들이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홀로 고향에 내려온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며 시장 구경, 꽃 구경 등으로 효도를 다한다. 이 영화가 소중한 것이 구순 엄마의 일상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가 아들의 도옴으로 대소변을 보는 장면과 심지어 돌아가신 어머니의 입관..

세줄 映 2018.05.05

엄마의 공책 - 김성호

일찍 남편을 떠나 보내고 홀로 반찬가게를 하며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길러낸 엄마에게 치매가 왔다. 치매는 당사자도 가족도 대책이 막막하다. 아들과 엄마는 서로 대면대면 때론 티격태격 하는 사이다. 아들은 교수 자리가 생겼으나 5천만원이라는 돈을 대학에 기부해야 임용이 된다는데 돈 마련이 막막하다. 엄마는 기억을 점점 잃어 가면서 급기야 평생 해온 반찬 레시피도 기억하지 못한다.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할 수 없어 팔기로 결정한다. 엄마는 잊고 싶은 것은 잊혀지지 않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엄마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아들은 어머니가 보관한 집 문서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엄마는 알고 있다. 곧 자신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큰 아들을 사고로 잃..

세줄 映 2018.03.25

리틀 포레스트 - 임순례

임순례 감독의 영화는 꼭 본다. 불 꺼진 객석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영화가 몇이나 될까. 임순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 특히 과거의 영화에 비해 많이 순해졌다. 데뷰작이 너무 독해서일까. 그의 영화는 무겁고 진지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가 많았다. 그 점이 내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긴 하다. 이 영화는 순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있다. 이 영화는 음식영화다. 그래서 밋밋하게 흘러갈 수 있는 영화가 음식으로 확실하게 잡았다. 그렇다고 요즘 공중파 방송부터 종편까지 게걸스럽게 내 보내는 먹방과는 구별된다. 음식 프로가 이 정도만 된다면 얼마든지 봐주겠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배우도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연기가 다르다. 김..

세줄 映 2018.03.07

남한산성 - 황동혁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고 김훈의 소설을 감명 깊게 읽었으면서도 영화 또한 긴장감과 함께 아주 흥미롭게 봤다. 모든 역사가 좋은 일만 있는 것을 아닐 테지만 유난히 당하고만 살았던 우리 역사가 안타까웠다. 무능력한 지도자 한 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민중들이 고통을 받았는지를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 영화가 김훈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것이지만 나름 자기 색깔을 가질려고 노력했다. 이 황동혁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영화다. , , 등 그러고 보니 그이 작품은 전부 본 셈이다. 나라가 힘이 약하면 어떤 치욕을 겪게 되는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란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함을 깨닫게 한다.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던가. 누가 권력을 잡으면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고는 ..

세줄 映 201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