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근상 시집은 제목부터 간결하다. 이전부터 그랬다. 이번이 네 번째 시집인데 . , 등 모든 제목이 간결하다. 시집 이름도 한자를 병기하지 않으면 금방 이해가 되지 않을 제목이기도 하다. 요즘 시집 제목이 대체적으로 길고 달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제목 장사를 무시 못할 일도 아니나 일단 설탕과 색소를 듬뿍 넣고 보는 것이다. 코로나로 심신이 지쳤는데 시집이라도 달달하면 좋지 않냐고? 한편 맞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때일수록 노래는 슬프고, 영화는 가슴을 후벼 파고, 시는 시고 떫어서 눈이 뻐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많은데 나라도 조금 불행하면 그것도 일종의 역설적 위안 아닐까.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삐딱한 아웃사이더는 어쩔 수 없다. 육근상 시인은 진국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