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축소주의자가 되기로 했다 - 이보람

마루안 2021. 8. 22. 19:46

 

 

 

흥미롭게 쭉쭉 읽어내려간 책이다. 한 10여 년 전부터이던가. 이런 류의 책을 좋아 한다.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하던 미니멀리즘을 실행하면서부터 유독 환경에 관한 책을 찾아 읽게 된다. 매사에 주먹구구식이면서 책 읽기는 비교적 계획적이다.

 

축소주의자란 말이 명징한 단어이지만 막상 일상에서 써먹으려고 하면 막막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게 축소주의자구나 했다. 읽으면서 배우고 읽고 나서 실천하고 싶어지는 좋은 책이다.

 

작년 말인가. 올초였던가? 읽고 싶다는 생각에 메모를 해 눴으나 읽을 기회가 없었다. 꼼꼼하게 골라 목록에 올렸어도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거나 영영 잊혀지는 책이 많았다. 무슨 내용의 책인 줄 알고나면 무턱대고 읽기에 앞서 저자가 궁금하다.

 

이보람, 이름만 보면 성별이 조금 애매하지만 책 속에서 여성임을 알게 된다. 책 속에 이런 부제가 인상적이다. 자기 몫의 유연한 비건 지향 생활, 골고루 덜어 내는 삶을 삽니다. 다음 지구는 없으니까요. 등등,,

 

딱 내가 지향하는 삶이면서 그가 실천하는 비우는 삶에서 고급스런 소박함이 전해온다. 그의 프로필에 작지만 꾸준한 습관의 힘을 믿고 성선설을 지지하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글로뿐 아니라 하나씩 고치고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저자는 20대 끝자락에 영국 유학을 간다. 그곳에서 환경 문제를 접하면서 축소주의가 시작되었다. 말로만 구구절절 주장하면서 실천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저자는 하나씩 바꿔가기 시작한다. 완전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가능한 육식을 멀리 한다. 나도 저자처럼 김치찌개나 짜장면에 들어 있는 돼지고기를 골라내고 먹진 않지만 식당에서 고기 단메뉴를 고르지 않는다.

 

고기는 먹되 가능한 적게 먹는 것, 채식이 좋다고 유난을 떨지 않는 대신 조용히 육식을 멀리 하는 것이 내 지향점이다. 그럼에도 일회용품을 줄이고, 음식 남기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고 사는 저자의 소박한 삶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일회용품과 식당이나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환경 오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목조목 지적한다. 국 없이 밥을 못 먹는 사람이었던 저자는 찌개든 국이든 건더기만을 건져 먹는 남편을 보고 국물 없는 식사를 실천하기로 한다.

 

무심코 버리는 라면 국물이나 된장찌개 150ml를 정화하는데 라면 국물이 564리터, 된장찌개는 1680리터가 필요하다고 한다.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런 주장도 하는데 평소의 내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진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미래를 전해 주고 싶다면 일회용 마스크를 쓰거나 공기청정기를 열심히 트는 대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공장이 필요 이상으로 가동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편리한 만큼 환경 오염은 자연히 따라 온다. 내용도, 소박한 디자인도, 저렴한 책값도 모두 축소주의를 실천하는 의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모처럼 많은 반성과 공부가 되었다. 이런 책이 많이 읽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