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아래에서 - 김애리샤 가지가 휘어지도록 우르르 생겨난 감들 그중 작고 못난 감들을 밀어내는 나무 떨어진 감들은 감나무 아래 풀섶 어딘가에 떫은 피로 스스로의 상처를 덮는다 아홉 살 애란이가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 감나무 아래로 달려가는 일 이슬에 발이 다 젖도록 상처난 감들을 줍는 일 풋감 몇 알 주워 쌀독에 묻어 두면 상처에 새살 돋듯 주홍색으로 예쁘게 익어 가던 감 빨리 예뻐지라고 손가락으로 살살 눌러 보면서 애란이도 말랑말랑 익어 갔다 이파리조차 많이 달지 못하는 늙은 감나무 아래에서 풀섶을 뒤적인다 작은 상처들이 아물어 가며 달콤해진다는 것을 사십 년 전 아이는 알고 있었을까 각자 다른 곳에서 같은 계절들을 지나온 사이 제가 맺은 열매를 제가 버리며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며 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