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 - 최백규 해변에서 깨끗한 하복이 마르고 있었다 하얗게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우리는 칠이 벗겨져도 썩지 않는구나 손을 모아 죽지 않는 행성을 만들었다 폭설을 떠올려도 하품할 수 있는 절기였다 그러나 눈을 감고 바람을 맞을 때마다 너의 울음소리가 밀려왔다 이것을 포옹이라 불러도 될지 오래 고민했다 언제쯤 나를 멸망시켜야 하나 걱정되었다 더는 새장을 씻길 이유가 사라져도 욕실에 웅크려 앉아 샤워기를 쥔 마음으로 모래만 털다가 부스러진 날엔 잠든 너를 위해 휘파람을 불어주었다 도저히 눈물이 잡히지 않아서 저 세계에서는 내가 죽은 역할이구나 이해했다 눈처럼 재가 날리는 곳에 닿으면 어디까지가 꿈이었는지 돌아볼 수 있을까 고개 숙인 모두가 손바닥을 적시는 사이 그들의 행성을 훔치고 싶어졌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