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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 속으로 날아든 새 - 서규정

까마귀, 둥지 속으로 날아든 새 - 서규정 여기가 대체 어디야 멀쩡한 사람 주눅 들어 발 저리게 하고 방광에 오줌이 가득 차도 시원스럽게 눌 수 없는 곳 가사상태의 환자들만 득시글득시글 우리 모두 몰려 왔는데, 아는 사람은 없고 휴대폰만 있어 걸려오지 않는 전화에도, 번지는 통증 쩌릿쩌릿 휴대폰은 심장이 된지 이미 오래다 기기가 울린다는 것, 그것이 그리 가슴 아파 줄무늬 시트처럼 시간이 흘렀던가 삼등열차 복도와 같이 북적대는 입원실 입구에 눈에 번쩍 띄는 낙서 한 줄 불치병일수록 더욱 좋다, 뉴 타운의 팻션 사람은, 환자복을 입고선 누구나 그지없이 착하고 누웠다 일어설 땐 당연히 흔들림을 쥐어 잡듯이 찌륵 찌르르 진동음은 받지 않아야 더 깊고 길게 울린다 *시집, , 작가세계 청춘 - 서규정 눈 깜빡할..

한줄 詩 2015.11.10

양희은 -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 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양희은의 이 노래가 요즘 부쩍 달라 붙는다. 최근에 한밤중 깨어 뒤척이는 일이 잦아졌다. 올해 들어서 생긴 일이다. 베개가 머리에 닿기만 하면 나무토막처럼 금새 잠이 들었는데 난생 처음 이런 일을 겪는다. 에전에 잠이 안 온다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레 비웃던 시절이 있었다. "잠이 안 와? 호강에 겨운 소리 ..

두줄 音 2015.11.09

낭만에 대하여 - 나호열

낭만에 대하여 - 나호열 낭만이라는 찻집은 바닷가에 있다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대부분 서서 있게 마련이지만 음악은 늘 신선하다 적당한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처럼 테이프는 조금 늘어져 있다 며칠씩 묵고 가는 사람은 없다 밀물이 오면 지워지는 발자국 몇 개 남기고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를 헤적거리다가 추억 속에 노을을 엎지르고 황급히 길을 되짚는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끝이 보이지만 빈 그물 속에 끌려 들어온 바다를 버리지 못해 한 평생 끌탕을 하는 어부들에게 수평선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지만 방파제 끝이 바다의 시작인 것을 낭만이라는 찻집은 바닷가에 없다 *시집, 눈물이 시킨 일, 시학사 운동 후기 - 나호열 -노동이 너를 자유롭게..

한줄 詩 201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