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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을 위하여 - 조오현 시집

팔순을 훨씬 넘긴 조오현 스님의 시선집이다. 몇년 전에 시집 를 냈는데 그때 읽었던 감동을 다시 받는다. 그 시집에 실린 시를 포함해서 초입에 실린 절간 이야기는 긴 문장에도 불구하고 심오함을 느낀다. 이런 것도 시가 되나? 했다가 말미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니 문학의 힘이 이런 것인가 보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불심이 숨어있기에 더욱 그렇다. 윤회는 믿지 않는다. 그래도 전생이 있었다면 나는 중이었을 것이다. 바람난 중,,,, 앞 부분은 불교소설이라 여기며 읽고 중간 부분은 하이쿠를 생각하며 읽다가 마지막 부분은 詩로 읽었다. 내 맘대로다. 마치 세 권의 문학 책을 읽은 기분이다. 일찌기 그의 시집에서 고은 시인과 도올 선생이 스님을 응원하는 그림 문장을 보았다. 10여년 ..

네줄 冊 2015.11.22

자화상 - 류시화

자화상 - 류시화 행성의 북반구에서 절반의 생을 보냈다 곧 일생이 될 것이다 서른 살 이후 자살을 시도한 적 없다, 아 불온한 삶 사랑은 언제나 벼랑에 서 있었다 나를 만난 사람은 다 떠나갔다 가족력은 방랑이었다 아버지는 농부였으나 자식은 몇 대 위 유목의 혈통을 물려 받았다 새벽부터 길 나서 부지런히 걸었지만 아직 이만큼밖에 오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 계속해서 가면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것이 밑도 끝도 없는 사상이었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러했고, 정신이 아주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었으므로 그 생각은 아직 유효하다 적들이 사라진 세상 그래서 모두가 모두를 적으로 만드는 세상을 떠나 갠지스 강가에 앉아 있곤 했다 모국어의 영토에 산수유 피었는가 그려 보면서 화장터..

한줄 詩 2015.11.22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이상운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마치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딱 그랬다. 나 혼자만 읽고 말 책이 있는데 공연히 추천했다가 감동이 없는 책이었다는 소릴 들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도 누군가 입이 마르도록 추천한 책이 내게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좋은 책은 분명 있으나 모두에게 감동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추천하고 싶다. 특히 중년 이후에 읽는다면 완전 공감을 할 것이다. 소설가 이상운은 그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그의 소설이 다소 난해한 반면 이 책은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노년까지 비교적 건강하던 아버지가 여든 여덟이 된 해에 갑자기 열이 심하게 나면서 위급 상황이 된다. 병원을 가자는 자식들을 물리치며 아버..

네줄 冊 201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