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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 김점용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 김점용 무주암 2km 이정표를 본 건 확실했다 일주문 대신 대입 합격 백일기도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름도 이상한 무폭포를 지나 한참을 가도 암자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십 분 이면 나온다 하고 어떤 사람은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라 했다 늦단풍 사이로 비구가 걸어 내려왔다 벌써 털신을 신었다 어디선가 풍경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가도 가도 암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이는 다 왔다고 저 고개 너머라며 내게 돌 하나를 주었다 어떤 이는 너무 많이 왔다고 되돌아가라며 그 돌을 빼앗았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사이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갔다 한 사람은 오래전에 불타 없어졌다며 돌을 멀리 내던졌다 한 사람은 백 년이 걸려도 ..

한줄 詩 2016.08.12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 이운진 삼백 년 된 백일홍나무가 꽃을 피우는 일은 그저 삼백 년쯤 된 습관이겠거니 짐작했겠지만 꽃을 만드느라 뒤채던 밤이 삼백 년이라면 그 잠은 얼마나 곤할 것인가 이를테면 지금도 삼백 년 전 첫 꽃을 맺었을 때처럼 혹은 방금 햇살을 베어 물고 날아와 앉은 새의 발목처럼 착하지도 죄를 짓지도 못한 채 당신이 내 등줄기를 짚어주던 그 밤처럼 놓지 못한 바람이 보인다면 삼백 년째 백 일 동안 꽃은 얼마나 두근거렸을 것인가 나는 그 꽃 아래서 겨우 서른 몇 날의 그리움을 걱정하였으니 백일홍나무의 몸속에 잠든 삼백 년 된 별을 어찌 알아볼 수 있겠는가 무슨 힘으로 마음을 피우고 지우며 또 피우겠는가 백일홍처럼 오래오래 *시집,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천년의시작 세월 - 이운진 스무 살이..

한줄 詩 201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