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더 소중하다 - 이면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더 소중하다 - 이면우 그 시오리 강변길 혼자 가다가 어쩌다 사람 하나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 구비구비 도는 길 저 멀리 보이다 말다 때론 잔솔가지 틈새로 흰 옷자락만 퍼뜩, 어느 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곤 잠시 스친다 뒤돌아보면 그 사람은 언제나 짐작보다 아득.. 한줄 詩 2016.08.16
사라진 동화 마을 - 반칠환 사라진 동화 마을 - 반칠환 더 이상 불순한 상상을 금하겠다 달에는 이제 토끼가 살지 않는다. 알겠느냐 물 없는 계곡에 눈먼 선녀가 목욕을 해도 지게꾼에게 옷을 물어다줄 사슴은 없느니라 아무도 호랑이에게 쫓겨 나무 위로 올라갈 일이 없을 것이며 나무 위에 오른들 더 이상 삭은 동.. 한줄 詩 2016.08.15
남아있는 청춘의 날들을 위하여 - 문무병 남아있는 청춘의 날들을 위하여 - 문무병 쉰 끝자락에 아직은 청춘이라며 내 손을 꼭 잡는 연인 같은 친구여. 남은 날 같이 손잡고 연인처럼 친구처럼 살자는 당신의 뜻이 정말 고마웠어요. 낭만을 위하여, 남아있는 청춘의 날들을 위하여 흔들립시다. 자유롭게 흔들립시다. 따뜻하고 여.. 한줄 詩 2016.08.15
폐차장 가는 길 - 김종철 폐차장 가는 길 - 김종철 어중이떠중이 시절 기생오라비라 불리던 시절 그때가 참 좋았다 눈물 많고 자주 눈물 흘리게 했던 그때가 정말 그립다 폐차시키기 전 시동을 걸고 라이트를 켜보았다 그나마 건재했다 불온한 앞길에는 잘 적응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정을 참고 미루었던 젊은 .. 한줄 詩 2016.08.14
숙박계 - 이덕규 숙박계 - 이덕규 늦은 밤 후미진 골목 여인숙 숙박계 막장에 나를 또박또박 적어넣어본 적이 있으신가? 밤새 오갈 데 없는 어린 눈송이들이 낮은 처마 끝을 맴돌다 뿌우연 창문에 달라붙어 가뭇가뭇 자지러지는 그 어느 외진 구석방에서 캐시밀론 이불을 덮어쓰고 또박또박 유서 쓰듯 일.. 한줄 詩 2016.08.14
눈부신 길 하나 - 박두규 눈부신 길 하나 - 박두규 저물어 가는 낮은 산들의 어둠 사이로 실오라기 같은 길 하나 눈부시게 떠오른다 그래, 맨몸으로 홀로 빛나는 것들에게는 언제나 슬픔이 묻어 있지 어둠 속으로 피어나는 목숨들, 가을 한 철을 보낸 구절초 같은 목숨들이 저리도 눈부신 게야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한줄 詩 2016.08.14
고래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 - 복효근 고래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 - 복효근 이 집안은 고래로 고래 집안이다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하고 아버지가 그랬다 구들장 방고래에 불을 안 넘어가도 도갓집 술청에서 고래 목을 타고 난바다는 술술 잘 넘어갔을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고래 등 같은 집은 꿈에도 없었다 가끔 고래가 고래.. 한줄 詩 2016.08.14
감꽃 - 김승강 감꽃 - 김승강 목욕탕에서 목욕은 하지 않고 수영장에라도 온 것처럼 알몸으로 다이빙하며 노는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이다 고추 끝에 아직 감꽃을 달고 넘어져 뒹굴고 놀다 어느 날 감꽃을 떨어낸다. 감꽃은 지는 것이 아니라 안쪽의 감이 자라면서 밀어내어 떨어지는 것이다. 이제 막 감.. 한줄 詩 2016.08.13
길 - 황규관 길 - 황규관 가자고 간 건 아니었지만 간 자리마다 허무 가득한 심연이다 떠나자고 떠난 건 아니었지만 두고 온 자리마다 가시덤불 무성한 통곡이다 지금껏 품은 뜻은 내 것이 아니었고 꾸었던 꿈도 내 소유가 아니었는데 지나온 길 위에 남긴 흔적에 왜 가슴이 식은 줄 모르는가 멈추자 .. 한줄 詩 2016.08.13
희미해진 심장으로 - 서윤후 희미해진 심장으로 - 서윤후 좋은 일에 쓸 예정이다 오늘치의 어둠을 모아서 어두웠던 것을 빛나 보이게 할 생각이다 단 한 번의 불을 켜기 위해 새가 날아오른다 수비대는 밤새 침묵으로 방어했다 그 무게가 탐나서 곧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어깨와 어깨 사이에 뼈가 있다 두 사람을 잇.. 한줄 詩 201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