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송경동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송경동 어느 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 한줄 詩 2016.08.03
못다 한 슬픔 - 이수익 못다 한 슬픔 - 이수익 하늘은 구체적으로 점점의 고요를 뿌리며 우리들 안과 바깥으로 수습하려든다 할 말을 잃어버린 입들이 강가로 나와 오래 오래 묵은 옷들을 빨고 있다 기다리지 마, 기다리지 마, 뒤를 돌아다보지 않고 떠난 새들은 소스라치게 기웃대던 꿈속에서 돌아가야 할 길을.. 한줄 詩 2016.08.03
현관, 그리고 벗어놓은 신발 - 심재휘 현관, 그리고 벗어놓은 신발 - 심재휘 세월을 용서하며 서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의 언덕에 오른다 그곳에서 간혹 아득히 내 집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날 마을의 길이 낯설고 골목에서 새어나오는 바람들만 얼굴을 스치고 알고 간 길이 막다른 골목일 때 그저 오래 눈에 익혀온 주름진 손.. 한줄 詩 2016.08.03
나의 반달 - 한승엽 나의 반달 - 한승엽 손톱 밑살을 뚫고 펼쳐진 붉은 길 위에 여리고 투명한 반달이 떠 있다 마침내 정중동(靜中動)을 다 채우지 못한 미궁을 본다 멀리 기억을 폐기당한 스프링 별들이 보이지 않을 즈음에 가시처럼 돋아나는 아스라한 손톱의 핏자국들, 오래전 느닷없이 인간의 뿌리에 상.. 한줄 詩 2016.08.02
누가 오어사(吾魚寺) 가는 길을 묻는다면 - 정일근 누가 오어사(吾魚寺) 가는 길을 묻는다면 - 정일근 누가 오어사 가는 길을 묻는다면 마음이 내어주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주리라 때가 되면 갈아야 하는 소모성 부품처럼 벌써 삶에서 너덜거리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들려오고 일박의 한뎃잠으로도 쉽게 저려오는 가장의 등뼈 점점 .. 한줄 詩 2016.08.02
어느 대낮 스치는 생의 풍경 - 이선영 어느 대낮 스치는 생의 풍경 - 이선영 때로 트럭에서 떨어져내린 배추 몇포기가 아채장수로 하여금 대로를 무단횡단하는 모험을 감행하게 한다 그냥 갈 수도 있었다 고작 몇푼 안되는 것, 그렇지만 아직 멀리 온 것은 아닌데, 여전히 눈에 밟히는데 무 배추 가득 실은 소형 트럭에는 비상.. 한줄 詩 2016.08.02
Maria Callas - La mamma morta 이 노래를 처음 어디에서 들었을까. 가슴 아프게 본 영화에서 들었을 것이다. 지금 들으니 다시 영화 생각이 난다. 같은 음악에도 의미를 담으면 감동이 배가 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더 사랑하게 된다. 두줄 音 2016.08.02
오래된 슬픔 - 박미란 오래된 슬픔 - 박미란 사춘기가 올 무렵 처음으로 한 남자의 물건을 보았다 거무튀튀한 사타구니 사이에서 힘없이 세상 밖을 내다보던 그것 단단하던 그가 누가 우는 걸 그토록 싫어하던 그가 장성 도립병원에 누웠을 때 가까운 사람들이 제일 먼저 그를 떠나갔다 밤새 울부짖다가 잠든 .. 한줄 詩 2016.08.02
습관을 생각함 - 윤제림 습관을 생각함 - 윤제림 친정에 다니러 온 딸과 엄마가 마루 끝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치우지 못한 여름 습관이다. 무슨 이야기 끝인지 한 사람이 운다 나쁜 습관이다. 오래 울진 않는다 해가 짧아졌구나, 저녁 안쳐야지 부채를 집어던지며 일어선다 엄마의 습관이.. 한줄 詩 2016.08.02
내가 죽어 보는 날 - 조오현 내가 죽어 보는 날 - 조오현 부음을 받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이다 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 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나에게 꽃을 던지는.. 한줄 詩 201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