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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소 - 박승민

부드러운 산소 - 박승민 약 기운에 쓰러져 잠든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 아이의 손이 내 손을 찾는다 "엄마, 돈 벌면 아빠 다-줘-이 씨! "앞으로 내 이름은 그레고리오야" 이 말을 끝으로 아이는 말문을 닫았다 양파껍질을 벗기듯 하루씩, 꼭 하루씩, 빠르게 지구의 껍질을 벗기며 아주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가 보다 지구는 아무래도 산소가 부족한가 보다 허기사 누군들 아침에 입던 옷을 접어 머리맡에 수의처럼 놓고 잠들지 않은 밤이 있으랴 네가 벗기다만 껍질을 마저 벗기며 나 또한 하루하루 가벼워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주에는 부드러운 산소(山所)가 아주 많을 것 같다 *시집, 지붕의 등뼈, 푸른사상사 아버지와 아들 - 박승민 봄이 오자 그 도시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공안검사 출신이 당..

한줄 詩 2016.08.21

천사들은 천국에서도 하이힐을 신을까 - 서규정

천사들은 천국에서도 하이힐을 신을까 - 서규정 상생, 공존, 교회 첨탑처럼 뾰족뾰족한 말을 들으면서 늘 궁금했지, 천국에도 강이 흐를까 비가 억수로 퍼붓는 날 우등고속 혼자 전세 내듯이 가보는 거다 길이 미끄러질 때마다 심장 하나씩 떼어놓듯이 떼어놓은 심장이 제발 좀 가벼워졌으면 왼쪽 가슴께로 자꾸 손이 가 공존, 상생, 입장과 경우가 서로 다른 천국보다야 일찍이 천사에게만 온 관심을 쏟았고 죄도 아닌 죄가 많았다 금융 사기나, 사상범처럼 굵직굵직하진 않고 무단횡단이나 담배꽁초 버리다 새카맣게 어린 전경에게 걸려 일장연설을 들을 바엔 차라리 은행을 털어버릴까 해도 권총이 있어야지 오른쪽 옆구리께로 손이 가다 쿡 웃음 난다, 천국에도 감옥이 있을까 내려야지, 잘못 탄 차는 속력만 빨라 경범으로 붙들려 끄덕..

한줄 詩 201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