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 나여 - 류흔
안녕하신가, 나여 - 류흔 그때에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지 내 고독을 말리려고, 그의 양지를 빌리지는 말았어야지 여태 갚지 못한 그의 빛을 빚처럼 안고 사는 나여 산다는 것을 무엇으로 견디는지 밤새 뒤척인 잠과 뒤적인 꿈으로 머리맡 갈증은 벌컥벌컥, 화를 내고 그래 밤새 안녕하신 이들 속에 내가 있었구나 흔치 않은 그가 쓰윽 돋아난 거울 속에 턱을 올려놓고 면도날을 박아넣거나 거품을 닦아내거나 새로 돋아난 새치를 뽑거나 수십 년 빚어놓은 얼굴을 돌보면서 얼핏 그런 생각이 드는 거 있지 무엇으로 견디며 참 기적으로 살아왔는지 살아갈지 *시집, 꽃의 배후, 바보새 자화상 - 류흔 이미 늙기 시작한 시간을 나는 외면한다 노쇠한 시간은 세월 탓이라고, 내가 겪어온 설움 때문에 아니라고 생각했다 거울 앞에선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