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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우울한 사랑이여 - 김이하

가라, 우울한 사랑이여 - 김이하 가라, 사랑이여 너를 사랑했다고 말한 것은 거짓이었다 슬프고 우울한 밤을 지샌 어둠 속에서 팽나무 뒤로 하고 너를 돌아보는 새벽 거짓이었다 사랑한다 말했던 것은 내 안에 가득 고인 슬픔의 도착 켜를 알 수 없는 거짓의 지문들 나는 아무것도 나의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이미 사랑이 지나간 하늘엔 또 다른 구름의 흔적 아스라이 비끼고 사랑, 흔적 없이 긴 지평선 끝에서 바람 분다 한 올의 먼지까지도 너다 나는 바람 끝에서 야위어 가는 지평선이다 내가 지워 버린 풍경 그게 너다 *시집, 타박타박. 새미 바람개비 - 김이하 몸은 돌아섰으니 마음만 가 버리면 될 성싶었다 팽나무 가지 끝에 머물던 바람도 이젠 내 길을 따라붙고 오로지 당신을 버리는 일 마음에 불을 삼키고 태워 버리는..

한줄 詩 2017.12.06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 서규정

쪽박 위에서 또 내일을 - 서규정 떠도는 말 있지, 눈을 아예 감아버린 자들이 삶의 끝을 보고 또 창공을 보았다고 부리로는 안 돼, 붓으로 지우듯 창살을 헤치고 새장에서 곧 벗어나오라 더 큰 감옥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이 자유라는 책임은 결박이 된 지 이미 오래 절대자가 허락한 건, 만상을 그려도 좋다는 그것뿐인데 깃발부터 세우더니, 명예와 예의 미래까지 그리려다 국가라는 틀 속에 갇혀, 우리 모두는 새 됐다 금박 물린 새, 꽁지 빠진 새 그 처지에서도 눈멀고 귀가 먼 새가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천년을 흐르고도 멈추지 않는 강 강물을 단숨에 날아 건너지 않고 다박다박 걷는 제 발소리겠지 그런데도 물결이 너무 빨라 앞이 막히면 물이 범람하고 배가 산으로 가 깨진 쪽박, 초승달로 뒤집혀 뜨고 말..

한줄 詩 201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