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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타인이다 - 윤향기

시에게 영화가 전하는 당신 이야기, 부제목에 눈길이 먼저 간 책이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 속도감 있게 읽힌다. 책은 안 읽힌다는데 출판 되는 도서는 늘어나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수준 이하의 내용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책들이 넘쳐난다. 제목에 낚였다가 막상 책을 들추면 허접스런 내용과 함량 미달의 문장으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출판도 일종의 사업이기에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책을 고르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설렜다. 시인이 쓴 영화 감상 후기라 할 수 있다. 무슨 거창한 영화 이론이나 문예 사조를 동원하지 않고 시인의 잔잔한 감상기가 촉촉하게 스며든다. 20편이 넘는 영화를 언급했는데 두 편을 제외하고 전부 내가 본 영화다. 시인의 영화 보는 방향이 나와 비슷하다는 증거..

네줄 冊 2017.12.17

그대에게 닿는 허기 - 임곤택

그대에게 닿는 허기 - 임곤택 그대 담장의 그늘 아래 발을 찔러 넣는다 확인하고 싶은 사랑이 있다 더 자라지 않았고 자라고 싶지 않았다 어느 불멸의 손버릇이 내 몸을 버스에 태우고 가방을 들어 올리고 시계를 보게 한다 아침이 다시 아침이 되는 일의 어려움 길의 조각들이 덜컥덜컥 귀를 모은다 시큼한 웃음소리로 닫힌 대문들이 차려놓은 허기를 우리 즐거이 받았으나 아기를 품에 안은 여자와 그녀의 늙은 애미가 느릿느릿 눈앞을 지난다 당신이 몇 개의 지붕을 허물었는지 몇 알의 곡식을 거두었는지 모르고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이 지어준 죄를 갖고 나는 태어났다 당신을 닮은 들판과 들판의 소나무를 닮는 일 나는 서두른다 허공의 거대한 활을 보았으므로 당신으로부터 낱낱이 적중하는 나는 광기 들린 나뭇잎 하나의 몸으로 어떻..

한줄 詩 2017.12.16

아흔 즈음에 - 김열규

20대 이후 아주 오랫만에 김열규 선생의 책을 읽었다. 많은 것이 불만 투성이였던 20대에 몇몇 친구와 독서 모임을 가졌다. 몇 년 지나 금방 흐지부지 흩어지고 말았지만 한동안 아주 치열하게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깊이는 없고 목소리만 컸던 토론이 대부분이었지만 열정은 있었다. 각자 돌아가면서 한 사람이 책 한 권을 추천하면 그 책을 읽고 느낌을 말하는 거였다. 그때 읽었던 책이 김열규 선생님의 책이었다. 제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국학에 관한 책이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열규 선생님이 저자였다. 지나온 내 인생이 그렇듯이 럭비공처럼 갈피를 못잡아서 책 읽기 또한 꾸준한 일관성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자 직전의 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나를 지탱해준 것은 책이었다. 활자가 나에겐 ..

네줄 冊 2017.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