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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열차 - 유병근

다음 열차 - 유병근 그 물빛의 찌그러짐에 합승한 그 물빛에 어리는 주름살에 합승한 물빛이 말하는 들고남에 합승한 어긋나다가 돌아서는 소용돌이에 합승한 어쩌다 앙큼한 꿍꿍이에 합승한 흐리다가 맑아지는 천방지축에 합승한 방축에 주저앉은 알갱이에 합승한 꼬리 무는 헛소문과 참소문에 합승한 물갈퀴로 할퀴는 아귀다툼에 합승한 끝장 보는 날의 멍투성이에 합승한 뚫어도 다 뚫지 못하는 가슴앓이 고로쇠나무의 상처에 합승한 아무 이유도 없는 아무것에 합승한 구름에 떠도는 소용돌이와 물빛지느러미와 아가미에 합승한 다음 열차는 다음 역까지만 간다 *시집, 꽃도 물빛을 낯가림한다. 작가마을 뽕짝설화 - 유병근 뽕짝으로 읊는 뽕짝의 목덜미에 한 계절이 오고 한 계절이 가고 있다 뱃고동소리 또한 한 계절이다 계절에 익은 뽕짝이..

한줄 詩 2017.12.10

아이 캔 스피크 - 김현석

서울 변두리 허름한 전통시장에서 의류 수선점을 하는 옥분 할머니와 그 지역 구청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 민재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면서 각종 민원을 넣는 할머니의 극성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매달린다. 둘 사이의 밀당 끝에 영어를 배우는 할머니에게는 대체 그 나이에 영어를 배워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뒤늦게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고 그녀에게는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았던 사연이 드러난다. 민재에게도 부모 없이 성장한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사연이 있다. 어느 누군들 사연 없는 인생이 있을까. 그러나 옥분 할머니의 상처는 너무 깊다. 그 상처는 옥분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에서도 치유하지 못한다. 그 상처가 영어를 배워 치유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

세줄 映 2017.12.09

혼술 속의 그 여자

내 친구는 아내를 그 여자라 불렀다. 각방을 쓴 지 한참 되었다는 말에 의아했다. 너네들 연애할 때는 죽고 못 산다고 하지 않았냐? 내 말에 그가 쓸쓸하게 웃는다. 그랬었지,, 그도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식당도 잘 되고, 술집도 잘 되고, 그가 벌인 사업은 실패가 없었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 돈 잘 벌 때는 그런대로 대접을 받았는데 오십 되면서 찌글어들자 버림 받은 느낌인가 보다. 애들도 용돈 줄 때나 상대해 주지 이제는 집에서도 거들떠 보지 않고 오락이나 하던가 스마트폰 들여다 보느라 지 애비가 집에 있는지도 모른단다. 투명인간 취급이 이럴 거야.. 그가 쓸쓸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심했는지 연락도 잘 안한다. 언젠가 술이라도 한 잔 사야겠다. 술로 기분을 푸는 것..

열줄 哀 2017.12.09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놓았거나 놓쳤거나 - 천양희 내가 속해 있는 대낮의 시간 한밤의 시간보다 어두울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어안이 벙벙한 어처구니가 되고 어떤 날은 너무 많은 나를 삼켜 배부를 때도 있다 나는 때때로 편재해 있고 나는 때때로 부재해 있다 세상에 확실한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만큼 확실한 오류는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불꽃도 타오를 때 불의 꽃이라서 지나가는 빗소리에 깨는 일이 잦다 고독이란 비를 바라보며 씹는 생각인가 결혼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혼에 성공한 것이라던 어느 여성 작가의 당당한 말이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고 내게 중얼거린다 삶은 고질병이 아니라 고칠병이란 생각이 든다 절대로 잘못한 적 없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사람뿐이다 언제부터였나 시간의 넝쿨이 나이의 담을 넘고 있다 누군가가 되..

한줄 詩 2017.12.09

그대로 있는 것들이 고맙다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고마울 때면 자신이 늙었다는 증거란다. 그렇더라도 나는 그대로 있는 것들이 고맙다. 어디선가 읽은 고은 시인의 글이 생각난다. 옷이란 두고두고 꺼내 입어서 그것과 함께 해로해왔다는 인생감이 서려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어느날 옷소매가 닳아서 부우옇게 보일 때 눈물이 핑 돌더란다. 그의 시 일부다. 옷소매 떨어진 것을 보면 살아왔구나! 살아왔구나! 여수 158 전문

열줄 哀 2017.12.08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 - 강주성

살면서 가능하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이 몇 군데 있다. 경찰서, 법원, 교도소, 병원 등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런 곳을 갈 수밖에 없다. 병이 났는데 병원 무시하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 책은 병원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나 병원을 불신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병원도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무료봉사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환자를 정당한 소비자로 인식하고 공정한 거래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병원과 환자의 관계처럼 종속적인 것이 있을까. 아무리 부당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 환자다. 병원들은 동업자 정신으로 똘똘 뭉쳐 담합이 잘 되는 곳이라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부당함에 반발해 병원을 옮기고 싶어도 그 병원이..

네줄 冊 2017.12.08

공범자들 - 최승호

지금은 완전히 망가진 MBC지만 예전에는 무조건 MBC만 봤다. 요즘엔 주로 JTBC를 보는데 종편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신뢰하는 방송사다. 10년 전 엠비씨가 요즘의 제이티비씨 역할을 했다. 황우석 사태를 보도했던 시절이 엠비씨 황금기였다. 광우병 보도 이후 조금씩 망기지기 시작한 엠비씨가 지금은 완전히 죽은 방송을 한다. 그 속에 방송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음모가 들어가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이명박 정권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방송이 정권에 장악되어 망가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영화 참 찍기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이런 사람이 있어서 이 사회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권은 최고권력자 한 사람에 의해서 좌우되지 않는다. 그 밑에 아부하고 무조건 충성하는 개들..

세줄 映 2017.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