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소멸 - 박민영
헌책방을 순례할 때가 있다. 딱히 어떤 책을 사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옛집에 들르듯 가는 것이다. 헌책방에 가면 무조건 사고 보는 시절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 두고 참지 못하는 것처럼 들어가면 빈손으로 나오질 못했다. 집에 쌓여가는 책들, 읽으려고 샀지만 절반 이상은 못 읽은 책이다. 혹자는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도 있지만 꽂아 두기 위해 산다고,, 목차만 훑어봐도 읽은 것으로 친다고,, 나도 그때 절반쯤은 수긍했다. 지금은 아니다. 몇 해 전에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고 주변을 정리했다. 큰 방 사면을 가득 채운 책을 가장 먼저 정리했다. 담배 끊기 힘든 것처럼 책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실천 하고 나니 집안의 다른 것까지 하나씩 버리는 것이 얼마나 홀가분한지를 알았다. 버리기 전에 책장을 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