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부서지다 - 차영호 머리칼 까만 그믐밤에도 동산 솔숲 아래께가 훤한 것은 새똥처럼 흩뿌려진 추억들이 조곤조곤 부서지고 있기 때문 장대비 멎은 저녁답 끄무레한 벌판을 휙휙 나니는 도깨비불은 누군가를 깊이 연모(戀慕)하는 넋이 누군가를 향하여 부서지는 것 별들도 태초의 어둠덩어리가 잘게 부서진 연유로 반짝거리고 오래 움츠렸던 기다림이 잘게, 잘게 부서질수록 화안해지는 꽃 아가야, 이 저녁 내 얼굴이 환해짐도 먼발치에서 일렁이는 물결에 가슴속 켜켜이 쟁여진 응어리가 푸석푸석 부서져 내리는 까닭이라면 잘게 부서진 것들은 모두 반짝거리고 깊이 모를 사랑은 늘 서늘한 것이로구나 *시집, 애기앉은 부채, 문학의전당 망두석 - 차영호 그 해 눈 속 장고개 외딴 터에 든 밤손님 순경 출신 아부지가 지게꼬리로 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