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퇴행성의 별 - 정일근

마루안 2018. 2. 14. 20:01



퇴행성의 별 - 정일근



의사는 내 별의 무릎 통증을 퇴행성이라 진단했다

그것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별의 뼈가 늙기 시작했다는 것


일찍 저무는 저녁 하늘 위에서


내 별은 내 안에서부터

내 밖의 나보다 먼저 아프게 늙어가고 있다.



*정일근 시집, 방! , 서정시학








쉰 - 정일근



아침에 끓인 국이
저녁에 다 쉬어버렸다
냄비뚜껑을 열자
훅하고 쉰내가 덮친다
이 기습적인, 불가항력의 쉰내처럼
남자의 쉰이 온다
일상의 뒤편에서
총구를 겨누던 시간의 게릴라가
내 몸을 무장해제 시켜놓고
나이를 묻는다
이목구비 오장육부
나와 함께 사는 어느 것 하나
나이보다 뒤처져서
천천히 오지 않는다
냄비에 담긴 국을
다 쏟아버렸지만
사라지지 않는 쉰내
냄비를 씻고 또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쉰내
이미 늦었다
나의 생은 부패하기 시작했다
내 심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빠르게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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