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그렇지 세상, 온몸으로 - 이은봉

마루안 2018. 2. 26. 23:03



그렇지 세상, 온몸으로 - 이은봉



세상이 아프니 내가 아픈 걸까 내가 아프니 세상이 세상이 아픈 걸까 아니아니 그냥 늙어가는 걸까


늙어 가는 것도 가는 거지 아파 가는 것도 가는 거지 생은 그냥 그렇게 가는 거지


그렇지 왔다가 다시 오는 거지 사람으로, 아니면 풀과 나무로, 새와 짐승으로


가자 생이 다할 때까지 가자 가라면 갔다가 오자 오라면 오자 오지 말라면 오지 말고


병원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중얼거리며 이빨을 깨물어본다


아프다는 것은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 사랑이 남아 있다는 것은 삶이 남아 있다는 것


삶은 그냥 그렇게 한걸음씩 가고 오는 거지 그렇지 세상은 온몸으로 아픈 거지 아프게 껴안는 거지.



*시집, 봄바람 은여우, 도서출판b








매미 - 이은봉



서럽지 기쁘게 서러워야지
칠년씩이나 감옥살이를 하다가
보름쯤 풀려났으니


울지 울어야지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다시 지하 감옥으로
끌려갈 때까지


그렇지 즐겁게 통곡해야지
철벽 크레인에 붙어 끝내 온 가슴
환하게 빠개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