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 映

엄마의 공책 - 김성호

마루안 2018. 3. 25. 18:31

 

 

 

일찍 남편을 떠나 보내고 홀로 반찬가게를 하며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길러낸 엄마에게 치매가 왔다. 치매는 당사자도 가족도 대책이 막막하다. 아들과 엄마는 서로 대면대면 때론 티격태격 하는 사이다. 아들은 교수 자리가 생겼으나 5천만원이라는 돈을 대학에 기부해야 임용이 된다는데 돈 마련이 막막하다.

 

엄마는 기억을 점점 잃어 가면서 급기야 평생 해온 반찬 레시피도 기억하지 못한다. 더 이상 가게를 운영할 수 없어 팔기로 결정한다. 엄마는 잊고 싶은 것은 잊혀지지 않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엄마는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고 아들은 어머니가 보관한 집 문서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엄마는 알고 있다. 곧 자신이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큰 아들을 사고로 잃은 엄마는 그것이 둘째 탓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상처가 있다. 이제는 평생 가슴에 묻은 큰 아들도 떠나보내야 한다. 요양원을 찾아온 아들은 자신에게 형이 있었음을 알고 엄마에게 묻는다. 그래서 저를 그렇게 미워했던 거에요?

 

엄마는 말한다. 너를 미워한 게 아니라 나를 미워했느니라. 아들에게 평생 품어 온 사연을 털어 놓던 엄마가 묻는다. 근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치매라는 질병을 소재로 가족의 상처를 보듬고 아물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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