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종로 - 조항록 마음의 종로에 간다 과객들 목만 축이고 지나가는 내가 우물 같을 때 거기 한 잎 떠 있는 가랑잎 같아 후 불면 비켜나고 부딪히면 바스러질 때 종로는 마음에도 있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사실이 타종하는 보신각을 지나 들어갈 뿐 나오는 것이 아닌 종로서적에 들러 잠깐 뒤적이고 구호물자 배급받듯 해바라기하는 그저 놀라운 탑골공원 지나 갸웃거리는 국일관 거리까지 정처 없는 종로에 간다 오랜만의 잠인 듯 그대로 금방이라도 쏟아지려는 흐린 하늘의 침침해도 붐비는 마음의 종로 사랑을 굴삭하는 피카디리 앞 연인은 서성이고 노을지면 눈매 매서운 사람들의 울고 넘는 목쉰 노래도 듣는다 함께 붐비며 닿는 대로 걷다 다녀오면 가슴께가 찰랑찰랑해지는 마음의 종로 *시집, 지나가나 슬픔, 천년의시작 치명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