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에 부쳐 - 김추인
감나무에 부쳐 - 김추인 칠순도 몇 번은 지났을 늙은 둥치 꼬부라지고 휜 등 뒤로 옹이 박힌 세월이 머물러 있다 손가락 사이 주르르 새어나가던 물 같던 모래 같던 꽃각시의 놓쳐 버린 시간들이 이 가을, 발갛게 돌아와 서리하늘 높다랗게 들어올리며 어머니- 어머니- 고향 마당이 시끄럽다 큰 놈 작은 놈 잘난 것 못난 것 무지렁이들까지 각질의 비늘 쓰고 앉은 어미의 검은 둥치에 잔가지를 대고 배꼽을 붙이고 떫고 꽉꽉한 속내까지 익히나 보다 발 아래 수북이 벗은 옷이 쌓이고 맨살의 어머니는 떠나갈 종자들에게 마지막 젖을 물리고 있다 *시집, 벽으로부터의 외출, 도서출판 둥지 어떤 외출 - 김추인 이승이란 곳이 가까워 오는지 몇번인가 왔을 바깥이 시끄럽다 어차피 꿈일 터이지만 이런 꿈은 안 꾸는 것이 낫지만 단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