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감자 먹는 봄날

마루안 2018. 3. 29. 19:59

 

 

 

 

 

 

고흐의 모든 그림을 좋아하지만 이 그림을 가장 좋아한다. 볼수록 좋다. 어두워서 더 좋다.

영화 <토리노의 말>을 보면 늙은 아버지와 딸이 나온다. 매일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몰아치고 황량한 풍경이 흑백으로 그려진 영화다. 나는 왜 그림도 그렇고 영화도 이런 영화가 좋을까. 거기서 딸은 매일 요리를 하는데 삶은 감자다. 감자 삶는 것도 요리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뜨거운 물에서 건진 뜨거운 감자를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밖은 거친 눈보가가 몰아치고 말은 마구간에서 거친 숨을 쉰다. 바람에 창문과 문짝이 삐그덕거리고 식탁에 마주 앉은 아버지와 딸은 조용히 삶은 감자를 먹는다. 오직 소금에 찍은 감자밖에 없는 식탁이 왜 그렇게 거룩해 보이던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종일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식탁에 둘러 앉은 가족은 감자뿐인 식사를 한다.

 

요즘 먹방이 유행이다. 나는 먹방을 볼 때마다 거북하다. 더부룩하다.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시달이는데 한쪽에서는 꾸역꾸역 먹는 방송이 종일 나온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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