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불 놓는 여인 - 이소암
봄불 놓는 여인 - 이소암 간밤 천상의 나그네 네 방을 두드렸다 오래도록 네 몸 헹궈내는 소리 들렸다 네 몸을 열면 공기의 속보다 투명한 고요가 지친 달이 몸을 뉘이는 오두막이, 남아 있는 내 생을 걸어 두고 싶은 벽이 있었다 그러나 몹쓸 꿈을 꾼 것이냐 미풍의 실핏줄까지 비춰내는 햇살 보란듯이 기대어 타락타락 봄불 놓는 여인이여, 나는 오늘 밤 일기를 쓴다 없다고 쓴다, 목련 *시집, 내 몸에 푸른 잎, 시문학사 내 몸에 푸른 잎 - 이소암 가까이 있는 그를 멀리 보고 돌아온 날 저녁 마지박 동백잎 뛰어내렸다 한 잎이 몰고 온 강한 회오리바람, 기억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격리시킬 듯 가슴 한복판 굵은 기둥을 세우며 치솟아올랐다 휩쓸리지 않으려면 깊숙이 뿌리를 박아야 해, 먼저 낙하한 동백잎들이 종잇장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