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혁명에 관한 명상 - 전윤호

마루안 2018. 3. 28. 22:55



혁명에 관한 명상 - 전윤호



어금니가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썩어서 뽑아야 한단다
살려 볼 방법은 없냐고 물었더니
일찍 치료해야 했단다
뼈를 긁는 고통과
부담스러운 진료비가
무슨 변명이 될까
어금니야 미안하다만
이제 그만 사라져 주렴
대신할 이빨을 찾으려면
몇 달 생활비를 바쳐야겠지만
어금니는 썩으면 발치해야 한단다
늦으면 늦을수록
다른 이빨마저 위험해진단다



*시집, 천사들의 나라, 파란출판








마흔 아홉 - 전윤호



심심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면
정신이 번쩍 난다
벌써 늦은 오후인데
덜 마른 고추처럼
아직 늘어놓을 미련이 남았나
막차가 일찍 끊어지는 계절
여태 보내지 못한 사람이 있었나
천둥벌거숭이 애도 아닌데
보고 싶은 사람보단 봐야 할 사람을 챙기고
하고 싶은 일보단 해야 할 일을 해야지
서글픈 게 아니다 나이 먹는 거
잘 쓴 시는
시작도 좋지만
마무리가 더 좋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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