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자코메티 특별전을 봤다. 가야지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 전시가 다음달 15일까지라 마감하기 전에 봐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렀다. 전시회는 만족스러웠다. 물 건너온 대부분의 특별전이 속빈 강정이기 십상인데 이번 전시는 내용물이 꽤 알찼다.
자코메티의 대표작들이 다 모였다고 보면 된다. 자코메티는 같은 작품을 여러 버전으로 만든 것이 특징인데 가령 그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인 <걸어 가는 사람>도 여러 버전이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도 단연 이 작품이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 거대한 작품이 놓인 전시장 둘레로 오래 앉아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 주변으로 방석을 놓아서 편안히 앉아 감상할 수 있도록 전회장 측의 배려 덕분이다. 사진 촬영도 이곳에서는 허용이 되었다. 자코메티의 작품이 고독이 줄줄 흐르는 조각이 많은데 걸어가는 사람 또한 고독감을 저절로 느끼게 했다.
입구에서부터 마지막 출구까지 한 예술가의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배치했다. 덕분에 자코메티 전기 영화를 본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실제 작년 베를린 영화제에 처음 선보인 자코메티의 전기 영화 <마지막 초상화 Final Portrait>가 미국에서는 개봉을 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개봉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전시장을 들어가서 자코메티의 연보와 함께 가장 처음 만나는 사진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자코메티 사진이다.
자코메티의 특유의 가느다란 인물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 중에 가장 많은 크기가 딱 와인병 크기였다.
자코메티와 일본인 철학자 <야나이하라>의 우정은 유명하다. 나도 이번 전시를 통해서 처음 봤는데 자코메티의 모델 중 유일한 동양인으로 자코메티에게 영감을 준 사람이다. 많은 모델들이 부동자세를 견디지 못하고 자꾸 움직여서 자코메티를 짜증나게 했는데 야나이하라는 자코메티를 이해하는 유일한 모델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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