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없다 - 임동확 이유는 없다 - 임동확 이유는 없다, 봄날엔 심지어 죽음마저도 꽃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급박한 사태가 꽝꽝 얼어붙은 연인들의 가슴을 위한 거라면 아무렴, 봄날엔 굳이 희망만이 아니라 왠지 모를 지독한 쓸쓸함마저 축복이다 그래, 이유는 없다 정령 떠나보내고서야 너의 흔.. 한줄 詩 2018.04.19
광기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광기 - 하린 광기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광기 - 하린 출처가 비슷한 광기들이 모여 하나의 혁명을 구성하려 할 때 가장 유순한 짐승 하나가 만들어진다 광기는 혼자일 때만 완전해지므로 허름한 주점을 혼자 가는 일 따윈 피해야 한다 미치지 않기 위해 괜찮다는 포즈를 취하며 병을 깨고 달려드는 초.. 한줄 詩 2018.04.18
참 다른 일 - 김병호 참 다른 일 - 김병호 보송보송 잎눈 매단 목련 아래에서 한나절 서성거려 본 당신이라면 알 수 있을까 가지마다 낱낱의 불꽃을 매달고 서 있는 유순한 아픔과 적막하게 벗은 잔등에 혀를 대는 봄바람의 뜨거움을 찢겨진 마지막 페이지처럼 멈춘 오후 네 시 명치에 닿거나 바닥에 끌.. 한줄 詩 2018.04.18
이단자 봄꽃에게 - 이재섭 이단자 봄꽃에게 - 이재섭 지난 가을, 너의 오그라진 뿌리를 보았는데 그리 꺼진 몸을 가지고 기어코 한겨울을 났는가 보다. 하루하루 삭아가는 그 몸뚱이로도 너는 감히 딴 생각을 하며 명주실 같이 질긴 생명을 자근자근 짜고 있었나보다. 어둡고 황량한 땅에 떨어져 몸을 더럽히고 밟.. 한줄 詩 2018.04.18
양귀비 수난 시대 - 홍순영 양귀비 수난 시대 - 홍순영 -아따, 꽃 좀 보려고 몇 포기 심었는디 그것도 죄가 된당가 고 하늘하늘한 낯짝이 울 마누라 처녀 적 속살 같아 좀 두고 볼라갔더니 말쎄 제대로 꽃 한 번 못 보고 꺾인 마음에 먹장 낀다 천지사방 꽃 축제 지천인데 텃밭 양귀비는 쨍한 삽날에 짓이겨져 줄기고, .. 한줄 詩 2018.04.18
꽃의 흐느낌 - 김충규 꽃의 흐느낌 - 김충규 꽃의 흐느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밤, 그 흐느낌은 화려한 향기를 며칠 동안 내뿜은 뒤에 오는 격렬한 후유증인 것 꽃은 지금 제 종말을 나에게 타전하고 있는 것 내일 아침 눈 뜨면 가장 먼저 죽은 꽃에게 문상을 가리라 검은 하늘이 제 욱신거리는 통증 자리에 .. 한줄 詩 2018.04.18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 이승희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 이승희 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 어찌도 이리 다정하게 내 몸에 잠겨드는지 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네 지는 것들을 보며 끈적이는 핏물이 꼬득꼬득 말라 비틀어지도록 이처럼 황홀했던 저녁 내겐 없었다고 말해 주었네 불 켜진 집들 사이에서 불 꺼.. 한줄 詩 2018.04.17
영화가 끝난 후 - 박이화 영화가 끝난 후 - 박이화 일 년을 기다려 고작 사나흘도 채 안 되는 생을 만개하고 한순간 사라지는 벚꽃의 뒷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빛바랜 추억이 있다면 환등기처럼 환하고 눈부신 봄날의 저 분분한 낙화와 같을 게다 벚꽃처럼 피었다 벚꽃처럼 흩날리는 한때처럼 사랑 역시 탄성.. 한줄 詩 2018.04.17
봄, 그날에 - 서상만 봄, 그날에 - 서상만 복사꽃 먼저 지니 배꽃 따라진다 그 본색 그 영색 때깔 따지지 마라 지는 꽃도 다 곱다 *시집, 노을 밥상, 서정시학 그냥, 잡초 - 서상만 선승(禪僧)도 화두를 잊을 때가 있다 문득, 앞에 놓인 화초가 어디에서 왔는지 이름이 없어도 천불(千佛)이 보인다 바람 앞에 저도 .. 한줄 詩 2018.04.17
바퀴 소문 - 천수호 바퀴 소문 - 천수호 이러한 봄날이었다 내가 그를 찾아 나선 것은 왼쪽 귓바퀴를 따라가면 목련마을이 있고 오른쪽 귓바퀴를 돌아가면 막다른 산길이다 그가 일으키고 간 모래먼지가 다시 길이 되어 조용해졌을 때 그의 바큇자국 위애 내 바퀴는 헛돌았고 그가 데리고 간 불가피는 땅의 생기를 휘몰아 꺾었다 햇빛이 봄의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들판 덩그러니 놓인 그의 자동차 문이 잠겨 있다 탱자나무 가시는 박제된 표범의 이빨이다 아무리 으르렁거려도 그는 보이지 않는다 개 짖는 소리만 따라온다 따라오지 마라 따라오지 마라 보름달 볼퉁이 빠져나간 그의 음성이 내 귓바퀴를 끌고 다닌다 *시집, 우울은 허밍, 문학동네 세대 차이 - 천수호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저 보폭은 도대체 누구의 거리입니까 너의 걸음으로 여덟이지만 내 .. 한줄 詩 2018.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