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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꽃 - 김이하

엉겅퀴꽃 - 김이하 낡은 차양이 떨어져 나간 서까래 그 사이 화안히 열린 하늘, 하늘 눈부신 한낮 햇볕의 숨결 씩씩하게 내 뼈 속의 진을 내어 게거품을 뿜는 이 여름, 징그런 사금파리 햇살에 가위눌려 꿈에서 깨었네 짓이 난 나비 따라간 바람 한 줄기 우쭐우쭐 날아올라 끝간 데 없이 다가갈 수 없는 그녀의 뒷모습을 덮고 가라앉는 흙먼지 속에서 마지막 웃음 보았네, 자줏빛 입술로 돌아보는 엉겅퀴꽃 오래 미워할 것도 없는 그녀, 나 그녀를 위하여 삶을 비굴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지만 어쩌면 뜨겁게 산 적도 없던 부끄러움이 얼굴 위로 훅 끼치는 사내의 삶이 한없이 힘들고 쓸쓸한 여름 떠나 버렸네, 내 가슴의 그녀 그 여름 차양 없는 처마 밑으로 하얗게 소금 입술이 타듯 징그런 기억들 쩡, 뼈가 울리도록 가슴 뒤척..

한줄 詩 2018.04.21

반만의 사랑을 위하여 - 박남원

반만의 사랑을 위하여 - 박남원 준비 없는 만남 속에서 그대의 반을 알았고 이별의 긴 불면 속에서 나머지 반을 마저 알았네. 삶이 어차피 운명이라면 잃어버림으로 오히려 찾음이 되는 이것이 내 삶의 슬픈 운명이라면 만남 속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지 못한 후회와 번민의 속아픔이거나 이별 이후에야 참답게 찾은 그대에의 사랑이 이제는 이미 아득한 거리에서 가물거림을 백 번을 나는 다시 깨달아야 했던 것이지만 조금 더 참고 수고하고 기다리는 미덕이 있어야 했던 것이겠지만 그러나 어차피 반은 내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내 운명의 몫인 반만의 사랑이 차라리 온전한 내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집, 사랑의 강, 살림터 사랑한다는 것 - 박남원 세상에서 한 사람을 만나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으로 세상을 연습하는..

한줄 詩 2018.04.20

길을 걷다가 - 박석준

길을 걷다가 - 박석준 길을 걷다가 혼자일 때 단어들이 구르고 닳아져 버린 일상의 끝 저물 듯한 인생이 네 앞에 형상을 드리울 때 가거라 거리 색색의 사람들로 물들었을 때 사람 무섭지 않으니 어서 가거라 밤 깊어서 그림자로 눕고 싶은 방이 그리워지도록 사람 형상에 사무치면 가가라 어서 그 방에 가서 숨죽이고 귀 세우면서 잠들 때까지 사람 자취를 새겨 보아라 말 못할 그리움이 뇌리를 기웃거리고 말하고 싶은 말들만이 가슴을 파고들면 세월에 바람을 떨구는 밤은 사람 없는 고독에 시달리다가 홀로 죄를 짓더라도 다시 날이 새고 숨쉴 수만 있다면 세월은 그저 가는 것 사람이란 거리에 흔하게 구르면서 네 아픔 밀어낼 것이니 사람 없는 어두운 거리는 쫓기듯이 바쁘게 걸어 사람 그리워지는 네 고독의 방으로 어서 가거라 ..

한줄 詩 201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