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꽃 - 김이하 낡은 차양이 떨어져 나간 서까래 그 사이 화안히 열린 하늘, 하늘 눈부신 한낮 햇볕의 숨결 씩씩하게 내 뼈 속의 진을 내어 게거품을 뿜는 이 여름, 징그런 사금파리 햇살에 가위눌려 꿈에서 깨었네 짓이 난 나비 따라간 바람 한 줄기 우쭐우쭐 날아올라 끝간 데 없이 다가갈 수 없는 그녀의 뒷모습을 덮고 가라앉는 흙먼지 속에서 마지막 웃음 보았네, 자줏빛 입술로 돌아보는 엉겅퀴꽃 오래 미워할 것도 없는 그녀, 나 그녀를 위하여 삶을 비굴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지만 어쩌면 뜨겁게 산 적도 없던 부끄러움이 얼굴 위로 훅 끼치는 사내의 삶이 한없이 힘들고 쓸쓸한 여름 떠나 버렸네, 내 가슴의 그녀 그 여름 차양 없는 처마 밑으로 하얗게 소금 입술이 타듯 징그런 기억들 쩡, 뼈가 울리도록 가슴 뒤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