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오후 4시쯤의 사유 - 이자규
봄날, 오후 4시쯤의 사유 - 이자규 칼 빛보다 시린 세월 사십대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간의 장년시대라면 되겠는가 저문 고속도로 주변 폐차 서너 대 흉물스런 몰골이다 지천명 넘어 생각이 시간보다 힘이 센 석양쯤의 나그네 썩은 고목의 반쪽에서 돋아난 새잎을 외면 말자고 병든 아이들 등에 업고 시리게 너는 와서 하늘을 찌를 듯한 검초록을 서방 삼아 온 산천에 불지르고 질펀하게 농익었던 가을 더 열렬한 연애를 위해 자식들을 다 떠나보낸 겨울나무 더 아프기 전에 노래 불러야, 더 마르기 전에 울어야, 깨어 있는 지금은 오후 4시, 아직은 인생의 극광이므로 *시집, 돌과 나비, 서정시학 초록증후군 - 이자규 어찌하여 발목이며 배꼽까지 감추고 향기의 흉내만 내고 있는지 하늘로 머리 둔 것들 주름진 손등 위로 샛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