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뒷곁에 소를 매다 - 이은심 느닷없이 어두워져 한 차례 소나기 퍼붓더니 건너갈 수 없는 곳이 생겼다 소는, 거기서 운다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짖던 것들 잦아들고 믿었던 것들도 다 휩쓸려가고 소가 몰매를 맞는다 말뚝에 매인 몸이 오죽하면 눈물의 반지름을 도는 동안 작당하고 몰려와 쏟아지는 채찍을 피할 수 없는 사랑처럼 홀로 견디는 그대여 이제 젖은 마음을 뒤적이면 그 터진 잔등을 어디서 본 듯 하여라 오래 된 얼굴을 지금 막 내게로 돌리는 쓸쓸한 신(神)의 모습 용서마소서 쩌엉- 울음 끝을 뭉개는 번개 이쪽에서 혼자 늦은 점심을 먹다가 부득이 마음 뒷곁에 소를 매고 후줄근히 젖는 사람이 있다 목부가 낮잠에 빠져 꿈에 떡을 얻어먹는 잠시잠깐의 일이다 *시집, 오얏나무 아버지, 한국문연 초음파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