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내가 민들레를 울렸을까 - 이은심

마루안 2022. 4. 2. 21:28

 

 

내가 민들레를 울렸을까 - 이은심

 

 

올봄엔 노랑에 든 도둑이나 되어야겠다

손을 들어도 새 울음 따위가 그냥 지나가는 춘분의 변두리 존댓말로 입술을 핥는 아득함 속에서 내가 당신을 울렸을까 모아놓은 느낌표를 잠시의 사소함에 줘버리고

 

작년만큼 웃었는지 당신 없는 웃음을 접어 날렸는지

봄은 아무에게나 오지만 아무나 아픈 봄은 아닌 걸

 

세상이 쪼그려 앉아야 잘 보일 때 봄은 옳았고 앉은키로 다가가는 당신에겐 다 커버린 상처를 지지하는 혼자만의 처세술이 옳았다

장수하는 국화과의 아픔이

낳았으나 기르지 못한 미만(未滿)의 슬픔을 가만히 끊고자

무딘 노랑을 민들레로 보았던 것이다

 

냉이나 달래 앞에 허리를 굽힐 때 담벼락 아래 옆으로 옆으로 번성하며 꼭 하루 부족했구나 우리 사이
들판처럼 멀리 나가는 난색(難色)은 어린잎과 늙은 잎에서 제각기 각별하다 말을 잊은 관계에서 말을 잇는 관계로 행여 묽은 손이 어린싹을 더듬는다면 키 작은 덤불 사이로 당신이 오는 그런 날도 있을 것이므로

곰곰 생각하면 고만고만한 봄날
쓰라린 꽃에 나비 날아드는 꿈이 내 사는 일의 사치라 하겠다

 

 

*시집/ 아프게 읽지 못했으니 문맹입니다/ 상상인

 

 

 

 

 

 

드라이플라워 - 이은심


이 반복은 꽃이다

뭉클함의 무게 그 한 번의 무거운 잠이 화창이다
엄한 몸피의 기슭 거기 혼자 있지 마라

죽음이 꽂혀 있는 꽃병에 닥치는 눈물이란 한 가지 언어에 기생하는 참을 수 없는 눈빛
그 눈빛이 전부라서 백열등을 켜들었다

멀어서 푸른 빈틈을 버릴 것
난파된 이름이 될 것

쉬지 않고 흩어지는 교차로와 죽었다가 다시 살아오는 사방을 다 걸어본 후에도 여전하고 여전하다면

모든 계절에서 파문당한 이 마음이 선물이다

내 자세도 땅에 묻히면 답이 없다, 사람아

타 죽기 위해 뜨거운 리듬을 따라가는 희고 매운 중독
내가 당신의 당신일 때 변방은 어쩜 꽃향기 같은 거란다

어떻게든 치명,이라고 해두자
단 한 사람을 위한 의태어,라고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