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가 나를 세운다 - 서규정
줄기가 나를 세운다 - 서규정 꼭 한 놈만 죽이고 싶은 가을이 가네 딱 한 번만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게 십자성 별빛따라 한 놈의 흉곽을 확 열어 제끼고 사형수가 되었으면 하네 재판관이 왜 그랬냐 물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덜 떨어진 녀석이 간, 심장, 눈, 그 중에 하나만 빼놓고 가라 하면 쓸개나 떼주고 가리 TV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승려가 지은 죄 씻고 가라 하면 검은 장갑이나 벗어 주고 가리 마지막으로 남길 말 없냐 물으면 고개를 살레살레 한없이 열어 본 해바라기 빈 가슴 *시집, 직녀에게, 도서출판 빛남 망해사 - 서규정 가고 싶은 길은 난마처럼 얽히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은 하이웨이로 열린다 해운대 수평선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살다 발작하듯 금만경의 지평선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