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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않는 마음 - 장혜영 사진전

집에서 가까운 홍대입구 작은 문화공간에서 열린 전시를 우연히 보았다. 경의선 숲길을 산책하다가 홍대까지 걸을 때가 자주 있다. 이곳은 이따금 차 마시러 들어간 곳인데 눈길 가는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선물도 사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작지만 실속 있는 이런 공간이 많았으면 한다. 내 취향은 아니어도 문화 공간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장혜영이라는 젊은 작가는 알려진 작가는 아니다. 작품 사진보다 기록 사진을 많이 찍는 모양이다. 홍대거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사진은 딱 요맘때와 맞아 떨어진다. 늦가울도 아니고 초겨울도 아닌 지금 몇 장 남은 은행잎이 각도가 많이 기울어진 햇살에 아직 미련이 남았다. 미처 떠나지 못한 몇 장의 은행잎이 날리는 홍대거리는 젊음으로 넘쳐난다. 나는 오늘..

여덟 通 2018.11.23

줄기가 나를 세운다 - 서규정

줄기가 나를 세운다 - 서규정 꼭 한 놈만 죽이고 싶은 가을이 가네 딱 한 번만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게 십자성 별빛따라 한 놈의 흉곽을 확 열어 제끼고 사형수가 되었으면 하네 재판관이 왜 그랬냐 물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덜 떨어진 녀석이 간, 심장, 눈, 그 중에 하나만 빼놓고 가라 하면 쓸개나 떼주고 가리 TV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승려가 지은 죄 씻고 가라 하면 검은 장갑이나 벗어 주고 가리 마지막으로 남길 말 없냐 물으면 고개를 살레살레 한없이 열어 본 해바라기 빈 가슴 *시집, 직녀에게, 도서출판 빛남 망해사 - 서규정 가고 싶은 길은 난마처럼 얽히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길은 하이웨이로 열린다 해운대 수평선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살다 발작하듯 금만경의 지평선으..

한줄 詩 2018.11.22

도봉산 자락 산동네, 안골

안골은 도봉산 자락 아래에 있는 마을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옛 정취가 남아 있는 동네다. 개발 광풍 시대라 개발이 완전히 묶여 있는 곳 빼고는 웬만한 곳은 졸부들의 투기판이다. 이곳이라고 비켜가진 않겠으나 그래도 때가 덜 묻은 곳이다. 그래서 동네 공터에 주차된 차도 많지 않고 아직 연탄을 땔 정도로 에너지도 적게 쓴다. 미세 먼지,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 등 지구가 아픈 이유는 사람들이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을처럼 느리게 변하는 곳이 필요한 이유다. 나이 많은 느티나무가 죽고 늦가을이라 잎이 전부 졌지만 새로 심은 나무도 울창하게 자랐다. 동네 사람들도 친절하다. 시골처럼 김장을 위해 무 배추를 심은 텃밭도 있다. 찾아 가기 불편한 곳을 좋아한다. 혼자 ..

일곱 步 2018.11.22